“한국 취권 즐기나, 아니면 정말 취했나”… 中 환구시보, 또 우리 정부 비하
입력 2010-12-28 18:29
중국 관영언론이 2011년을 ‘통일 준비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딴죽을 걸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8일자 1면 머리기사와 사평(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의 통일원년 제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의 갑작스런 통일원년 제시’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통일준비 원년을 확정하고, 조선에 대한 정책기조(대북정책)가 흡수통일로 바뀌는 게 확실하다면 이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고 동북아에서 새로운 논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이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다’고 발언하고, 이에 북한 정부 매체가 ‘북한의 인내가 제한돼 있다’고 밝히면서 남북한 양측의 대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설에서는 더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취권(醉拳)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취한 것인지’라는 제목 사설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이 술에 취한 듯 잘못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설은 “한국 정부가 ‘통일원년’을 밝혔고, 북한은 이 통일을 ‘정복’으로 여길 것”이라며 “남북한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흡수통일은 남북 간 마찰과 한반도의 대결구도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마지막으로 “취권 연출이라고 해도 너무 과하면 상대방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양측의 얼굴이 부딪혀 서로 상처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