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비부머 ‘위험한 은퇴’ 시작된다… 2011년부터 19년간 매일 1만명씩

입력 2010-12-28 18:22


미국에서 7800만명(전체 인구의 26%)에 달하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s)들의 ‘위험한 은퇴’가 시작됐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베이비부머들은 2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6년부터 6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올 12월 말 현재 가장 나이 많은 경우가 64세, 가장 적은 경우가 45세다. 따라서 내년 1월 1일부터 65세 은퇴 연령을 맞는 베이비부머들은 향후 19년간 매일 1만명꼴로 쏟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젊은 시절 록 음악과 히피 문화에서 성해방과 반전운동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 변화를 이끌어온 주역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노년엔 개인적인 준비 부족과 불안한 여건 등으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등 생활 수준이 이전보다 한 단계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들은 저축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의 저축률은 1970, 80년대 10% 수준에서 2007년 말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개인연금 중심의 은퇴플랜도 흔들리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개인기업 고용 직원의 39%가 연금에 가입했지만 현재는 이 수치가 15%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자금을 지나치게 주식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였다. 기업근로자의 42%가 401k(확정갹출형 기업연금)에 가입했지만 401k가 자금을 주로 운용하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2000년 들어 S&P 500지수의 수익률은 4%에 그쳤다.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역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을 노후 대책으로 활용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이다.

위기가 현실화되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노후 대책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맞는 사람이 늘면서 대상자 4명 중 3명이 62세부터 조기에 사회보장연금(소셜시큐리티)을 신청하려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보장연금을 조기에 탈 경우 수령 액수는 적어진다.

미국 은퇴연구센터의 앤서니 웹 수석연구원은 베이비부머들이 직면한 상황을 ‘더디게 타오르는 (slow-burning) 위기’라고 비유했다. 그는 “파국적 결과가 눈앞에 보이면 행동하게 되지만 20년 후의 먼 장래에나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고민을 발길로 걷어차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무더기 은퇴의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대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