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국회 윤리심 '조건부 출석' 논란…

입력 2010-12-29 00:17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마침내 국회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석에 조건을 내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정기국회 초반 정치윤리심사회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정치자금 관리단체 리쿠산카이(陸山會)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내가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심의 등이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면서 “국민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심려와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자와는 “자신의 출석이 국회 심의 개시를 위한 조건이 아닐 경우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된 후 이른 시일 내 출석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정기국회 전에 무조건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예산안이 처리된 뒤 출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이날 밤 오자와에게 무조건 정기국회 전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도록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선 그가 국회에서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 왔다. 특히 민주당은 27일 당내 이사회에서 정기국회 소집까지 오자와 국회 증인소환을 의결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탈당까지 촉구하는 등 더욱 강공 분위기로 옥죄었다.

오자와로서는 자신의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면 내년 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간 내각의 2인자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과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국토교통장관이 퇴진해야 한다는 복선을 깔았다. 야당은 예산 처리 등 국회 심의 조건으로 오자와 국회 증인소환과 함께 참의원에서 문책이 가결된 센고쿠 관방장관과 마부치 국토교통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터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오자와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센고쿠 장관 등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야권은 정치자금 의혹 해명에 조건을 다는 것은 정치윤리심사회에 나오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민당은 “구속력 없는 정치윤리심사회 출석 대신 구속력이 있는 증인소환을 요구한다는 당의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공명당도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문제를 국회심의와 연결하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