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힘내” 기적 만드는 韓·美 소녀 천사우정
입력 2010-12-28 18:23
난치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8세 소녀 키라 스캐든은 빈 저금통을 들고 집을 나섰다.
키라가 7세 때인 2006년, 미국 시카고 교외 메이와츠 초등학교 2학년 키라의 학급에 한국인 친구 이정인(미국명 앤지)이 전학을 왔다. 앤지는 검은 머리 검은 눈에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수줍음을 잘 타는 키라였지만, 농담도 잘하고 늘 웃는 앤지 덕분에 둘은 금방 친해졌다. 방과후에도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붙어 다녔다.
앤지는 근육 조절신경이 파괴되는 난치병 ‘척수성근위축(SMA)’을 앓고 있었다. 혼자 앉을 수 없고 손도 떨렸다. 친구의 짐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하던 키라는 이듬해 동전저금통을 들고 이웃집의 문을 두드렸다. 친구의 병을 고치기 위한 연구비 모금에 혼자 나선 것.
키라의 어머니는 버려둔 장난감을 모아 거라지 세일(집 차고에 중고품을 내놓고 파는 것)을 해볼 것을 권했다. 세일 첫날 목표액 200달러(약 23만원)를 훌쩍 넘은 9400달러(약 1000만원)가 모였다. 키라와 앤지의 거라지 세일은 매년 열렸다. 올해까지 5만2900달러(약 6100만원)를 SMA 치료연구 지원단체 ‘SMA가족’에 전달했다.
키라의 어머니로부터 우연히 앤지와 키라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자선단체 관계자의 주선으로 보스턴에서도 지난해 SMA 치료연구기금 모금 자선행사가 열렸다. 이 지역 문구업체는 ‘키라와 앤지’를 캐릭터로 한 메모지를 판매해 수익금의 25%를 SMA 연구에 내놓기로 했다. 기부 사이트 ‘키라의 아이디어·앤지의 희망’(angieshope.org)도 만들었다.
앤지의 어머니 김귀염(36)씨는 “앤지가 활발한 아이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질병을 인정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하지만 키라의 우정, 각종 모금 행사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됐을 뿐 아니라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미 국립보건연구원은 SMA 치료에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충분한 연구비만 조달되면 5년 내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1세가 된 두 소녀 키라와 앤지의 우정이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