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기본법 위헌] “허위글 잣대 등 법조항 너무 모호, 주관적 요건 적용은 기본권 침해”
입력 2010-12-28 21:44
헌법재판소가 28일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유는 ‘너무 모호하다’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벌까지 부과하는 조항임에도 어떤 가치를 보호하고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함부로 제한해선 안 되는 헌법적 가치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보호하려는 ‘공익’이 무엇인지부터 문제 삼았다. 형벌을 부과하는 핵심 판단 기준인데도 개념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핵심 기준이 모호하니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은 ‘허위통신’이라는 개념도 불분명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인터넷 등에 올린 글이 거짓인 경우를 말하는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를 말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국민이 법을 지키기 어렵게 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오랫동안 사문화됐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작스레 적용되기 시작해 어떤 행위가 허위 통신인지 명확히 제시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허위 사실의 표현도 헌법이 규정하는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한다”며 “허위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 발생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데, 국가가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공익이라는 개념을 한정짓지 않으면 국민은 자신 표현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어 스스로를 검열하고 억제하게 되고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허위 사실 유포의 해악성을 지적하며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허위 글이 인터넷에 오르는 순간 순식간에 유포되지만 사실상 바로잡을 방법이 없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므로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허위통신을 전적으로 금지·처벌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대다수 국민의 이익인 공익을 훼손할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 행위에 한해 처벌하는 것”이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법 조항의 모호성 때문에 관련 행위가 부당하게 처벌될 가능성을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