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만났지만… 10분도 안돼 끝

입력 2010-12-28 21:01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8일 만났다. 새해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지난 8일 이후 20일 만이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11시45분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를 대동한 채 예고 없이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계신가”라며 방에 들어선 김 원내대표를 박 원내대표는 “뭐하러 왔어”라고 퉁명스럽게 맞았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예산안 강행처리 후유증을 극복하진 못했고, 만남은 10분도 채 안 돼 끝났다.

박 원내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별 얘기 없었다. 금방 갔다”고 말했다. 또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우리는 기존 입장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예산과 법안 일방처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박희태 국회의장의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구제역 상황이 시급하니 지금이라도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전했다. 법사위 소속인 두 원내대표는 전날 법원행정처 관계자 상가에도 들렀으나 5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또 크리스마스 전후로 전화통화를 했으나 박 원내대표가 “지금은 만날 때가 아니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을 포함해 상임위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 40건을 연내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산안·법안 무효화를 외치며 20일간 장외투쟁을 벌인 민주당으로선 ‘빈손’으로 국회로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일각에선 여야 냉각기가 내년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래 1월에는 국회가 안 열리고 또 연다고 해도 (의원들 외유로) 정족수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와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는 조건 없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1월 중 국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냉각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결사반대하는 인물이 개각 때 천거된다면 정국 경색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 함께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전국순회 장외투쟁을 일단락 지었다.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집회에서 손학규 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마감의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민주대장정을 위한 시작”이라며 “앞으로 전국 시·군을 돌면서 민주의 길, 민생의 길, 평화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 확산에 주력했던 1차 장외집회와 달리 내년부터 시작되는 2차 투쟁에선 민생현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투쟁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시·군·구 단위의 저인망식 홍보전 및 각종 현안과 관련한 민생현장 방문을 통한 대안 제시로 ‘수권 정당론’을 전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