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제도개선 시안… 대규모 미달사태 해결 위한 절충안

입력 2010-12-28 21:08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한도에서 자율고에 최대한 선발권을 준다.”

28일 공개된 자율고 개선 시안은 이렇게 요악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와 교원단체, 입시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개선 시안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개선 시안 왜 나왔나=개선 시안이 나온 것은 자율고 신입생 선발이 두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대거 미달 사태라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에서는 전체 26개 자율고 중 10개교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200명이 넘는 결원이 발생해 자율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원 미달 학교들은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어 운영비마저 걱정할 형편에 처했다.

일선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무리하게 자율고 지정을 늘렸다며 책임 문제까지 제기했다. 교과부가 2012년까지 100개교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자율고는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인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학교 모델로 현재 전국에 51개교가 지정돼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자율고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선 시안은 결국 선발권 제한으로 이름만 자율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학교의 정체성이 모호해 학생·학부모의 외면을 받았다고 보고 선발권을 확대하도록 한 것이다. 교과부는 개선 시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만들어 다음 달에 발표한다.

◇부실한 개선 시안…평준화 흔들릴 수도=개선 시안에 대해서는 학교, 교원단체, 입시업체 등 모두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우선 자율고는 추첨방식이 존재하는 한 선발권이 제한된다고 보고 있다. 서울 지역 자율고인 양정고의 김창동 교장은 “자율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학의 자율성인데 추첨으로는 사학 건학 정신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가 없다”며 “서울도 자기주도전형 등의 선발권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자율고 문제가 공급 과잉, 자율고의 학업성과 미비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선발권만 준다고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입시업체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자율고가 면접과 내신을 볼 수 있게 되더라도 일부 학교는 내년에도 미달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이사는 “학생선발권뿐 아니라 교사의 질 향상 등 학교 내부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며 “강남·양천구 이외의 자율고는 거리가 멀더라도 가고 싶은 학교가 돼야 하는데 지금 자율고는 그 정도의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선발권에만 집중하고 학교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내년도 미달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번에 공개된 개선 시안이 자율고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지 않은 ‘졸속 개선 안’으로 평준화 체제만 흔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자율고가 외국어고 전형처럼 바뀐다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자율고·외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면 일반계고는 슬럼화돼 평준화 체제가 근본적으로 위태로워진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