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책 저작권 기부 협약식 맺은 한철희 돌베개 대표 “시각장애인 독서환경 개선”

입력 2010-12-28 20:36


“시각장애인에게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희망을 품게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저의 작은 발걸음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환경 개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길 기원합니다.”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한철희(53·사진) 도서출판 돌베개 대표는 28일 서울 동교동 마포디자인지원센터에서 큰글편집위원회 주최로 열린 큰글세계문학전집 50종 출간 기념회에서 저작권 기부 협약식을 맺고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비록 출판사가 책의 저작권을 모두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우리 출판사를 통해 책을 발간하는 저자들을 상대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저작권 기부에 나서도록 적극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큰글편집위원회는 출판사와 저자 등 출판인들이 합심해 지난해 11월 ‘시각장애인에게 책은 생명이다!’는 구호를 내걸고 만든 민간단체다.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인, 노인 등의 ‘책 읽을 권리’를 주장하는 이 단체는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세계문학 25권과 한국문학 25권 등 모두 50권으로 이뤄진 큰글세계문학전집(이하 큰글전집)을 선보였다.

전집 발간은 국내 1세대 불문학자이자 위원회 공동대표인 민희식(76) 한양대 대우교수가 올 초 ‘보바리 부인’ ‘피가로의 결혼’ ‘좁은 문’ 등 14종에 이르는 번역 저작권을 기부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이후 신경림 시인과 황석영 작가 등이 동참하면서 힘을 보탰다. 큰글전집은 일반 책보다 판형과 글자 크기가 크다. 일반 책의 글자 크기가 10이라면 큰글전집은 20.5다. 또 쪽마다 음성정보 바코드인 ‘보이스 아이’가 인쇄돼 있어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한 대표는 국내 시각장애인은 30만명이나 되지만 그들의 ‘책 읽을 권리’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아쉬워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출판물은 전체의 2%도 되지 않는다. 큰글자책의 경우 일반책보다 제작비가 배 이상 들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영국의 경우 2007년 이후 책 읽을 권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이웃 일본에서는 절반이 넘는 도서관이 대활자본 서가를 설치하고 있다.

전국저시력인연합회 미영순(62) 대표는 “많은 저시력인들이 공부하고 싶어도 책이 없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저시력인을 위한 더 많은 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