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0년 스포츠… 태극전사 ‘코리아 파워’ 세계에 알렸다
입력 2010-12-28 21:30
2010년은 한국스포츠에 큰 획을 그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태극전사들은 그 어느 해보다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코리아 파워’를 전 세계에 알렸다. 불모지였던 피겨에서 김연아가 세계를 제패했고, 한국 축구는 끝없는 비상으로 변방에서 세계중심으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 1년 국민들을 열광하게 했던 감동적인 장면들을 더듬어본다.
◇세계를 매료시킨 김연아=2010년은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화려하게 열어젖혔다.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2월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은 김연아를 위한 무대였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인 78.50점을 얻은 김연아는 프리에서도 150.06점을 얻어 세계신기록인 종합 점수 228.56점으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2위 아사다 마오(일본·205.50점)를 무려 23.06점차로 제친 김연아는 동계올림픽 피겨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아울러 김연아는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김연아는 3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올림픽 후유증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김연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식지 않았고 지난 10월에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성스포츠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스포츠우먼’에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아이스쇼 등에 출전한 김연아는 지난 8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하면서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10월 새 코치로 피터 오피가드를 선임한 김연아는 내년 3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빛 연기 재연에 나선다.
◇한국 축구의 끝없는 비상=2010년은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은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남자 축구가 선봉에 섰다. 6월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에서 1승1무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비록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대2로 석패해 허 감독의 ‘유쾌한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또 한번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인 6월이었다.
남자축구의 쾌거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7월에는 20세 이하(U-20) 여자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3위에 올랐다. 한국 축구의 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달 뒤인 9월에는 17세 이하 대표들이 U-17 여자 월드컵에서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는 일대 사건을 만들어냈다. 여민지(함안대산고)는 득점왕과 우승컵을 함께 거머쥐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11년에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에서 51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박찬호의 아름다운 도전=지난 10월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37)는 이날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방문경기에서 구원 등판, 3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보여 개인 통산 124승(98패)째를 수확했다. 2005년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2008년 은퇴)가 작성한 123승을 5년 만에 갈아치우면서 메이저리그 아시아 투수 역대 최다승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올해 초 택한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당하고 지난 8월 약체 피츠버그로 옮긴 박찬호는 꿈에 그리던 우승 반지는 끼지 못했지만 아시아 투수 최다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박찬호는 내년에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지난 21일 일본 오릭스에 전격 입단한 박찬호는 후배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으며 일본에서 ‘코리안 특급’ 위용을 뽐낼 각오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대호와 추신수의 뜨거운 방망이=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대호(28). 그의 홈런 행진은 국내 프로야구 최대 이슈였다. 이대호의 홈런 행진은 8월 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경기에서 시작돼 같은 달 14일 광주구장에서 치러진 KIA와의 경기까지 무려 9경기나 계속됐다.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1993년) 돈 매팅리(뉴욕 양키스·1987년) 대일 롱(피츠버그·1956년)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8경기 홈런 기록을 1경기 늘린 세계신기록이었다. 이대호는 시즌이 끝날 때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면서 만능타자로서 야구사에 새 기록을 써냈다. 그는 홈런 44개, 안타 174개, 타율 0.364, 타점 133개, 득점 99개, 장타율 0.667, 출루율 0.444를 기록해 타격 7관왕에 올랐다. 타격 7관왕은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처음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내년 시즌에도 폭발적인 홈런포로 팬들을 즐겁게 하겠다는 각오로 동계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무대에서는 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불을 뿜었다. 추신수는 144경기에 출장해 정확히 타율 0.300을 찍고 홈런과 도루 각각 22개씩을 올려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20홈런-20도루와 3할 타율을 동시에 기록한 타자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3명, 클리블랜드가 속한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추신수 1명 뿐이다. 정교하고 힘있는 타격 실력에 빠른 발까지 겸비해야 하는 이 기록을 추신수는 2년 연속으로 세웠다. 최고의 시즌을 마친 추신수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3번 타자로 나서 5경기에서 14타수 8안타 10타점을 올리는 가공할 위력을 선보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