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통계 대해부-⑤간질환·알코올성 간질환 (끝)] 진료 비율, 강원·전남·충남·울산 順

입력 2010-12-28 17:22


술로 간이 손상돼 병원을 찾은 이른바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인원 비율이 강원도 등 지방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간염 등 일반 간질환은 진료인원 증가 폭이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작지만, 여전히 40·50대 남성의 주요 사망원인이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알코올성 간질환 1위=국민일보가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인원이 건강보험 적용인구 대비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였다.

인구 139만2742명 가운데 0.52%인 7179명이 술로 간을 버려 병원을 찾았다. 인구 대비 진료인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0.28%(235만7950명 가운데 6582명)인 대구였다. 대구의 인구가 강원도에 비해 약 2배 많지만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인원은 강원도가 더 많았다.

인구 대비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인원이 많은 곳 2위는 전남(0.51%)이었고, 충남(0.49%) 울산(0.47%) 전북(0.4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인구 대비 진료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경기도는 0.33%, 서울과 인천 0.31%, 대전 0.29%였다.

김동준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안주 없이 술 마시면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가 서울에서는 사라졌지만 여기(강원)는 아직도 남아 있다.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갈 곳이 없어 술에 의존하는 사람의 비율이 지방이 더 높은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반 간질환 증가폭은 작아=일반 간질환은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진료인원이 소폭 늘었다. 고혈압 진료인원이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약 120만명 증가한 데 비해 간질환 진료인원은 같은 기간 105만1960명에서 114만9796명으로 약 10만명 증가했다.

의사들은 B형 간염이 점차 줄고 있어 진료인원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건강검진 기회 확대로 병원에서 간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B형 간염 자체가 줄어 상대적으로 진료인원이 덜 늘었다는 것이다.

한광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가 간염 검진 기회를 늘린 결과 B형 간염이 간질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줄고 있다. 특히 전 국민 대상 백신사업이 실시된 1990년대 초 이후 출생한 20대 이하에서 B형 간염 감소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성별, 연령별 분석에서도 B형 간염 감소에 따른 현상이 나타났다. 50∼54세 구간에서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은 남성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지만 간질환은 여성 진료인원이 더 많이 늘었다.

2004∼2008년 간질환 진료인원 증가율이 남성 24.5%, 여성 37.3%였다. B형 간염은 평균적으로 약 4대 1 비율로 남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데, 이 질환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여성 간질환 진료인원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55∼59세 구간도 남성은 12.5% 증가한 반면 여성은 23.8%나 늘었다.

◇중년 남성 사망원인 3위=통계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사망원인 통계에서 간질환 순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1999∼2001년에는 4위였지만 2002∼2005년 5위, 2006년 7위, 2007∼2009년 8위다. 당뇨병과 교통사고가 사망원인으로 간질환을 추월했다.

그러나 40·50대 남성에게 간질환은 여전히 주요 사망원인이다. 2009년 40·50대 남성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고, 2위는 자살, 3위가 간질환이었다. 여성의 경우도 40대 사망원인 4위가 간질환이다.

의료계는 간질환에 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무료 건강검진에서 간염 검사를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만 40세 생애전환기 검사에서만 B형 간염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 교수는 “C형 간염의 경우 간 수치가 정상인 사람도 검사를 하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최근 암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경향이 있는데, 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간염 검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