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 두발·복장 자율화 학교에 맡겨라

입력 2010-12-28 17:50

지난 7월 전격적으로 ‘체벌금지령’을 발표해 물의를 빚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도 전에 두발·복장 자율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곽 교육감은 27일 “새해에 제정할 학생인권조례는 폭넓은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지만 강압적 두발·복장 지도와 강제 보충수업은 그 전에라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제정 이전에 일선 학교 학칙 개정을 통해 두발·복장 자율화 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체벌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바람에 일선 학교에서 교권 침해가 빈발하고, 학생 지도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곽 교육감이 또다시 민감한 두발·복장 자율화 조기 시행을 들고 나온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의 발언은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단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자문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곽 교육감은 현장과의 소통 부재가 취임 후 6개월간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고 고백하면서도 현장 의견을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 5월 전국 학부모와 교사 15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두발·복장 자율화에 대해 교사는 67%, 학부모는 57%가 반대했다. 교사와 학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발·복장 자율화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곽 교육감의 독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곽 교육감은 두발·복장 자율화 해법을 과거 사례에서 찾기 바란다. 정부가 1983년 두발·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가 85년부터 복장 선택 권한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야 한다. 이른바 명품 옷을 입은 학생과 저렴한 옷을 입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커졌고, 방과 후 학생들의 탈선이 늘었으며, 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등 부작용이 심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학생 두발·복장 자율화 문제는 학교별로 교사 학생 학부모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학교 재량에 맡기는 것이 맞다. 자율적으로 시행해야지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