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시니어 자원봉사단

입력 2010-12-28 17:46

호리우치 마사노리(堀內正範)는 저서 ‘일본형고령사회’(2010)에서 전후 일본은 중요한 두 가지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고 진단한다. 아시아와의 유대관계와 고령사회 글로벌 스탠더드 구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은 일본의 기술과 자본을 빼놓고 거론하기 어렵지만 일본은 아시아의 좋은 이웃으로 자리 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얘기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각국에 반일 감정이 여전한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고령사회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서는 좀 의외다. 65세 인구비율이 23%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초고령사회 일본은 비교적 일찍부터 고령사회 대책을 마련해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호리우치의 지적은 여러 대책이 있기는 있으나 글로벌 모델로 칭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못 된다는 아쉬움인 듯하다.

일본 이상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로서는 사실 일본 고령사회 대책이 부럽기만 하다.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65세 고용연장 의무화법을 비롯, 일본은 고령자 고용에 매우 적극적이다. 고령자들의 경험·지혜를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실버인재센터도 주목된다.

실버인재센터는 1975년 도쿄에서 ‘고령자 사업단’으로 출범해 82년엔 전국조직으로 발전했다. 60세 이상 회원 79만명은 사회적 봉사에 약간의 보수를 제공하는 이른바 유상(有償) 볼런티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 주변 자전거 주차장 관리, 방과후학교 교사, 사무 지원 등 그 역할이 다양하다.

실버인재센터가 고령자 일반이 대상이라면 2000년 출범한 국제사회공헌센터(ABIC)는 전문직 은퇴자 중심이다. 해외주재 경험이 있는 등록 회원 1950명은 국제교류, 기업 상담, 통·번역, 국제이벤트 지원 등을 맡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외국인 가이드요원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고령화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사람들은 고령자를 사회의 짐으로만 인식하고 있으나 이는 부분적인 진단이다. 고령자들 중에는 심신이 쇠약해 가정이나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이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고령자들은 사회를 위해 여생을 불사르고 싶어 한다.

올 2월 발족한 서울시 시니어 전문자원봉사단도 그 한 예다. 현재 문화공연, 보건의료, 전문상담 등 12개 전문분야에서 974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 중이다. 빠르게 다가올 고령사회 주역은 고령자 자신임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된다. 더 많은 고령자들이 자원봉사활동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가 크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