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사라지고 굳은 땅 위엔 소금기만 하얗게… 물빼기 작업 마친 새만금을 가다
입력 2010-12-28 20:55
한 삽 뜨기만 해도 백합과 동죽, 주꾸미가 풍성하게 잡히던 생명의 터전은 겨울바람에 소금기가 묻어 날리는 마른 땅으로 변했다. 땅거죽 위로 무수하게 나있는 작은 숨구멍들은 이곳이 조개의 천국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내부 개발을 앞두고 물빼기 작업을 마친 새만금을 찾아갔다.
◇육지화된 갯벌=28일 찾아간 새만금 갯벌은 사막을 방불케 했다. 지속적인 물빼기 작업으로 연안지역 갯벌과 갯등(갯벌 중 퇴적물이 높게 쌓인 곳)이 광활히 드러나 있었다. 방조제 관리를 맡고 있는 농어촌공사가 본격적인 내부 개발 공사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물을 빼 방조제 안쪽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밀물 때는 갑문을 닫고 썰물 때 열어 방조제 내측의 물을 외해로 뽑아내는 원리다. 수질오염을 우려해 지난 8일 이후 방조제 내측은 바깥 바다보다 1.6m 낮게 관리되고 있다. 방조제로 막히기 전에는 6∼7m에 이르렀던 조수간만의 차는 1m 안팎으로 낮아졌다.
최대한 물을 빼내면 해수면보다 2m 낮게 수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만경강과 동진강을 타고 밀려드는 오염물질을 감당할 수 없어 갑문으로 바닷물을 들여보내며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간만이 줄어들면서 갯벌도 제 모습을 잃었다. 해안선은 멀찍이 물러났다. 예전엔 어부들이 경운기를 타고 드나들던 갯벌은 이미 굳은 땅으로 변해 자동차가 다닐 정도가 됐다. 운동화 바닥에 개흙이 달라붙었지만 소금기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육지화가 진행돼 있었다. 땅 위로 드러난 소금기는 날이 풀리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오염원으로 작용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심어놓은 칠면초와 퉁퉁마디 등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 서식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어부들이 조개를 잡기 위해 삽으로 개흙을 떠낸 구덩이 속엔 빈 조개껍질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갯벌이 말라붙으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을 조개들의 마지막 기록이다. 방조제 완공 이후 새만금 지역에선 흔히 잡히던 백합, 동죽 등 조개류는 사라졌다. 다양하게 잡히던 어종도 이젠 숭어, 전어, 망둥이가 고작이다.
◇수질 개선에 성패 달려=정부는 내년 1월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을 확정하기로 하고 지난 22일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계획안에 따르면 새만금 사업의 개발 예정 면적(401㎢)은 서울시의 3분의 2 규모다. 이 중 간척으로 만들어질 땅이 283㎢, 나머지는 호수가 된다. 2020년까지 간척 예정지의 74.8%(211.6㎢)를 개발할 계획이다. 매립토는 새만금호 바닥에서 준설을 통해 확보하고 모자라는 물량은 인근 지역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초 100% 농업용지로 만들려던 계획은 몇 차례 굴곡을 거치면서 30.3%로 줄었다. 복합도시, 산업단지, 과학연구단지, 환경용지 등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농업용지엔 국립수목원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된다.
새만금 개발에 투입될 사업비는 20조8000억원으로 계획됐다. 이 가운데 14.4%인 2조9900억원이 수질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물의 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수질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방조제를 건설했다 최악의 수질오염을 초래한 뒤 허무하게 중단된 시화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동진강과 만경강 유역의 농업용지가 집중된 상류구간의 목표 수질을 4등급으로, 복합도시가 세워지는 방조제 인근 하류 구간은 3등급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북도는 당초 계획대로 새만금호의 담수화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수질 개선 담당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경·동진강 유역에 하수처리시설을 늘리고 축산분뇨 관리를 강화하는 등 오염원을 줄이는 대책이 마련됐지만 그것만으로는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수시로 갑문을 조작해 오염물질을 희석시켜야만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만금=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