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영성의 길
입력 2010-12-28 18:06
(25) 이그나티우스의 수련
거룩이 무엇인가? 성인은 누구인가? “성인은 더 많이 회개하는 죄인이다”라는 말이 있다. 죄의 많고 적음이 성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은혜의 많고 적음이 성인을 가른다는 말이다. “성인은 고난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시각으로 고난을 바라보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다.
성인을 구별하는 기준이 고난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는 말이다. 영적인 사람과 세속적인 사람을 구별하는 기준도 있을까? 있다면 분명히 관점의 기준일 것이다. 영적인 사람은 그리스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또한 십자가를 유일한 기준이요 관점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는 매일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보며 십자가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십자가를 영성 훈련의 주제로 삼아 평생 십자가를 묵상하고 산 사람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16세기 로욜라의 이그나티우스이다.
이그나티우스는 전쟁에 참여해 부상을 입고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1521년을 고비로 하나님께 돌아왔다. 그의 자서전이 말한 대로 그는 그때까지 세상의 헛된 전쟁 영웅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영적 군사의 길로 돌아섰다. 그러나 영적 군사는 한두 번의 기도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군인의 삶에서 훈련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처럼 영적 군사의 삶에도 지속적인 훈련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1534년 10명의 남자를 모아 ‘예수회(the Society of Jesus, the Jesuits)’를 세우고 그들을 그리스도의 군사로 훈련시키기 위해 ‘영적 수련(The Spiritual Exercises)’이란 책을 썼다. ‘예수회’는 말하자면 그에게 영적 군사였고, ‘영적 수련’은 그에게 영성 군사 훈련의 가이드북이었다.
이그나티우스는 이 책으로 30일 동안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세우고 묵상하게 했는데, 30일은 그가 생각하기에 사람의 습관을 바꾸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간이었다. ‘영적 수련’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집중적으로 묵상하고 상상하게 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영적 훈련교재였다.
훈련은 모두 네 주에 걸쳐 이루어진다. 첫 주의 주제는 죄이다. 십자가 앞에 자신을 세우고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삶과 도덕의 현실을 목도하지 않으면 어떤 영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전통적인 영성수련의 ‘정화’(purification) 과정에 해당한다. 둘째 주는 그리스도의 삶을 집중적으로 상상하고 묵상하는 과정이다. 그에게 상상은 중요한 영성수련의 방법이다. 상상은 공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그리스도와 연결시키는 영적 능력이다. ‘조명’(illumination)에 해당한다. 셋째 주는 성서에서 묵상한 그리스도를 자신과 동일시(일치)하는 과정이다. 그리스도의 삶이 수련생의 삶에 일대일로 성육신된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주는 그리스도와 동일시된 수련생이 세상에서 작은 그리스도로, 작은 예수로 살아가는 과정이다. ‘연합’(union)의 과정에 해당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십자가 앞에서 죄의 고백 -그리스도의 삶 보기-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작은 그리스도로 살기로 요약되는 ‘영적 수련’은 십자가를 중심으로 영적인 삶을 살려는 많은 성도에게 커다란 도전과 모델을 제시했다. 우리는 오직 십자가를 통해서 그리고 십자가 안에서 자신을 보고 세상을 본다.
이윤재 한신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