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스캐너 결정적 결함 있다”… 냄새 없고 변형 쉬운 화학 폭발물 못찾아

입력 2010-12-27 18:46

미국 공항에 설치된 전신스캐너가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보안당국 기술자들은 전신스캐너가 소량의 밀수품이나 무기 등의 검색엔 용이하지만 냄새가 없고 변형이 용이한 화학 성분의 폭발물 검색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항공기 탑승객이 이 폭발물을 복부에 부착하거나 신체 내부 등에 넣고 전신스캐너를 통과할 경우 검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에너지 광선을 사용하는 백스캐터(후방산란)의 경우 복부 등에 밀착된 화학 폭탄을 신체의 일부로 판독할 수 있고, 신체의 구멍 속에 숨겨진 폭탄의 경우 검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폭탄테러 미수사건 용의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를 속옷 안에 숨겼지만 전신스캐너는 전혀 검색해 내지 못한 게 좋은 예다.

결국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이 몸속에 폭약을 심는 방식 등을 사용할 경우 전신스캐너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반테러 전문가인 클라크 어빈 등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전신스캐너는 폭발물 감지기가 아니라 신체 검색기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전신스캐너 설치 확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 “전신스캐닝과 촉수 검색은 밀수품이나 불법 무기류 등의 항공기 내 반입을 막는 최우선 수단”이라며 당분간 이를 폐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450개 공항 중 78곳에 설치돼 있는 전신스캐너를 내년 말까지 5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X선 검색기도 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