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수출 1년 ‘씁쓸한 신고식’… 경쟁국에 계속 밀려

입력 2010-12-27 18:38

27일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원전 수주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 여섯 번째 원전 수출국이 됐다. 하지만 경쟁국들의 견제 역시 본격화됐다.

◇원전 수주로 높아진 위상=현재 시점에서 원전은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때문에 개도국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원전 430기가 추가로 건설될 것이란 전망이다. UAE원전 수출로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캐나다가 독식해왔던 이 시장에 한국도 발을 들인 것이다.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수주 이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한국형 원전에 관심을 보였고 신고리원전에는 싱가포르 에너지청장과 인도 원자력공사 기술이사 등 각국의 에너지 관계자들이 견학을 다녀갔다. UAE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수주 덕분에 UAE 사람들이 한국을 가까운 나라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원전 덕분에 기술력이 우수한 나라로 인식한다”고 전했다.

◇심해진 견제, 경쟁은 지금부터=UAE 수주소식은 달콤했지만 이후 1년 동안 새로운 원전 수주 소식은 전혀 없다. 지난달 서울 G20 정상회의 때 체결된다던 터키 원전 수주도 현재 잠정 중단 상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수시로 터키를 찾았고 지경부 실무팀은 아예 터키에 눌러앉은 채 협상에 매달렸지만 최종 도장을 찍지 못했다. 일본이 지난 24일 터키와 원전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사실상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5월엔 요르단 원전 수주를 실패하기도 했다.

한국의 수주실적이 0인 것은 경쟁국들의 견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견제가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한국이 UAE원전을 수주하자 일본에선 원전분야만큼은 절대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UAE원전 수주에 기여했다는 보도 이후 일본 총리는 뭐했느냐는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한국이 터키원전 협상 중이던 10월부터 터키에 협상단을 파견하는 등 외교적 무례도 무릅쓰고 터키 원전에 매달렸다. 일본 외에 다른 나라 업체들의 견제도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원전도입국 전문인력 지원사업에 예산을 늘리고 중장기 원전기술 국가로드맵을 수립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