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라디오 연설 “전쟁 두려워해선 전쟁 막을 수 없다”

입력 2010-12-27 18:32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다”며 “어떤 위험도 무릅쓸 단단한 각오가 있으면 오히려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55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제 무력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만이 도리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가차 없는 대응’ ‘반격’ 등의 용어는 사용했으나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천안함 폭침 사건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5월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전쟁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통령 발언은 당시보다 강도가 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민들 사이에는 북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반면, 6·2 지방선거 때는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민주당의 구호가 위력을 발휘하는 등 이중적 심리구조가 있다”며 “철저한 각오만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다”고 말했다. ‘전쟁을 불사한다’는 게 아니라 ‘철저히 전쟁을 준비할 때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토해양부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은 내년 1년이면 거의 끝나고 내년 상반기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러한 꿈에 도전하는 긍지를 갖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국민도 완성된 이후의 (4대강) 모습을 보면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모습으로 탄생하기 위해 그런 고통이 따랐구나’ 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농림수산식품부 구제역방역대책상황실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한 뒤 농식품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금년 구제역 대처를 철저히 해서 내년부터는 국내에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빨리 청정국가로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하반기 배추값 파동을 언급한 뒤 “농수산 유통과정을 단축시켜 농민과 소비자가 이익을 보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지시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