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한달… 농식품부·수의과학검역원, 쪽잠·비상출동 ‘피말리는 24시간’
입력 2010-12-27 21:04
26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안양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경기도 양평군 한우농장이다. 연구원에서 대기 중이던 2인 1조의 시료채취팀은 신고가 들어온 농장으로 달려갔다. 소의 침이나 콧등 물집 등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확인할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서다. 농장에 도착해 소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온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채취된 시료는 곧바로 24시간 대기 중인 정밀검사팀으로 넘겨졌다. 보통 바이러스 양성 여부가 판정되기까지는 최소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밤새 실험을 거쳐 오전 6시쯤 또 ‘양성’ 판정이 나왔다. 게다가 전날 여주 건과 마찬가지로 항체까지 발견됐다.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2주 정도나 지났다는 의미다.
구제역 추가발생 소식은 곧바로 경기도 과천 농림수산식품부 상황실로 보고돼 해당 지방자치단체로 전달됐다. 가축 살처분·매몰 및 이동통제 등의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순간이다. 백신 접종 확대 여부를 놓고 수차례 회의가 열렸다. 결국 여주와 양평, 이천도 백신 접종지역에 추가됐다.
양성 판정과 동시에 검역원 역학조사팀도 현장에 출동했다. 만에 하나 해당 농가의 소가 이전에 출하되지 않았는지부터 시작해 농장주가 다녀온 곳까지 모든 이동 경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미 구제역 판정으로 상심한 농장주를 대상으로 사실상 ‘취조’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역학조사팀은 이번 구제역 한 달간 몸은 물론 마음고생도 심했다. 이번 구제역이 수도권으로 넘어와 강원도까지 퍼지는 동안 구제역 역학조사 실패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래 한 달이 지났다. 구제역 대책 총사령부인 농식품부와 검역원 상황실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경북에서 구제역이 잡힐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14일 경기도 양주·연천에 들어온 신고가 양성으로 판정되면서 상황은 긴박해졌다. 이후 휴일은 물론 밤을 반납하는 것도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검역원은 아예 온 조직이 구제역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검사실은 20명이 3교대로 24시간 돌아가고 시료채취팀은 2명 1개조로 30개 팀이 대기하고 있다. 역학조사팀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수의검역원 80명이 차출돼 그나마 없는 인원이 더 부족해져 쉴 생각도 하기 어렵다. 농식품부 동물방역과 상황실도 마찬가지다. 동물방역과 손경자 사무관은 “백신 부문 업무를 맡아서 크리스마스고 뭐고 없었다. 남편까지 수의과학 조사팀에 있다. 부부 모두 초등학교 5, 6학년짜리 애들을 계속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이날만도 양평뿐 아니라 인천 서구 오류동 돼지농장과 경북 청송군 진보면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인되면서 구제역 발생 농가가 모두 4개 시·도 56곳으로 늘어났다. 충북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증상이 신고돼 충북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경북 성주군과 강원도 춘천시, 홍천군의 한우농장과 경북 영주시의 돼지농장에서도 추가로 구제역 의심증상이 신고됐다.
농식품부 동물방역과 조은미 주무관은 “두돌 된 아이가 있는데 최근 한 달간 밤 12시 전에 집에 들어가 보질 못했다”면서 “그렇지만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나. 누군가는 12월 31일, 1월 1일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민영 김아진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