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부동산업→ 주가조작 개입… 진화하는 조폭

입력 2010-12-27 18:26

유망 벤처기업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한 뒤 회삿돈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고 주가조작까지 일삼은 조직폭력배 일당이 구속됐다. 검찰은 “과거 조폭 1세대가 유흥업소, 조폭 2세대가 건설업으로 돈을 벌었다면 이번 사건은 금융시장에까지 활동 무대를 넓힌 조폭 3세대 범죄”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 C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김제읍내파 두목 이모(46)씨와 기업사냥꾼 김모(4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C사 경영 과정에서 행동대원으로 나선 광주콜박스파 조직원 장모(41)씨 등 5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7년 코스닥에 상장된 공기청정기 제조회사 C사를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지난해 4월까지 회삿돈 306억원을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이씨 등이 횡령한 회삿돈을 주가조작 자금과 강남 소재 유흥주점 술값, 해외여행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은 주가조작세력에게 돈을 주고 C사 주식 시세조종을 맡겼으며 기대한 시세차익이 나오지 않자 주가조작을 담당했던 사람들을 감금, 협박, 폭행하는 전형적인 조폭 방식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C사는 2001년 대한민국 벤처기업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2002년 코스닥에 상장돼 연매출 100억원대를 올리던 유망 회사였으나 지난 3월 상장 폐지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의 부실 경영으로 C사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이 수백억원대 손실을 떠안게 됐다”며 “앞으로도 진화하는 조폭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