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난리통에도 한우식당 ‘북적’

입력 2010-12-27 18:26


구제역 파동이 한 달을 넘어섰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구제역 공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구제역 파동 때마다 쇠고기 식당까지 연쇄 파동을 겪었던 모습은 재연되지 않았다. 시민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상당수 한우 식당은 구제역 영향이 거의 없었고, 수입 쇠고기 식당은 반사이익까지 얻었다.

27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동 양재역 인근의 한우전문점 ‘투플러스’. 120석 규모의 식당은 좌석을 꽉 메운 손님들이 고기를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한우만 취급한다는 이 식당은 구제역 파동 이후에도 예약 취소가 거의 없었다. 회사원 정유민(29·여)씨는 “며칠 전 이곳에서 송년회를 했다”며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지만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니 다들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고 말했다. 지배인 이영숙씨는 “연말 직장인 회식 예약이 너무 많아 손님을 다 받지 못할 정도”라며 “구제역에 대한 손님의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인근 ‘버드나무집’도 직장인부터 노인층까지 한우를 먹기 위해 몰려든 손님으로 시끌벅적했다. 이 식당 송상선 실장은 “과거에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타격을 크게 입었지만 지금은 무해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되는 한우가 많아 물량이 달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한우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한우 매출액이 구제역 발생 전인 11월 1∼24일보다 16.8% 늘었다. 지난 주말(24∼26일) 기준 한우 매출액은 구제역 발생 전 주말(11월 26∼28일)보다 50.5% 증가했다. GS슈퍼마켓의 경우 지난달에 비해 이달 26일까지 매출이 1% 가까이 올랐다. GS슈퍼마켓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인한 쇠고기 수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규모 식당은 구제역 타격을 받은 곳도 있었다. 서울 방배동에서 10석 규모의 한우고깃집을 운영하는 김형태 사장은 “구제역 이후 손님들이 깨끗한 식당만 찾아 우리 같은 작은 식당은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며 “예약 손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입 쇠고기 취급 업체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서울 이태원동의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고깃집’ 김태훈 사장은 “구제역 이후 매출이 20∼30% 늘었다”며 “오히려 구제역 때문에 손님이 몰리는 분위기여서 주말에는 예약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쇠고기만 취급하는 고깃집 ‘헬로우깡통’ 유순창 이사는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전체 점포에서 매출이 15∼20% 상승했다”며 “손님들이 구제역과 상관없는 미국산만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 박사는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구제역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임세정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