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인터뷰] ‘아시아 민영 1호’ 여주 소망교도소 권중원 소장 “신앙 힘으로 교화”

입력 2010-12-27 20:45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하는 한파가 전국에 몰아쳤던 지난 24일. 경기도 여주군에 있는 소망교도소 안에는 곳곳의 넓은 창을 통해 환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낮 12시, 수용자 30명이 점심을 먹기 위해 공동식당에 모였다. 수감실에서 철제식판에 배식을 받는 일반 교도소와 달랐다. 수감실을 나와 식당으로 가는 통로에는 기독교계 화가 51명이 기증한 55점의 그림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권중원(66) 소망교도소장은 “우리는 온몸을 다해 교화의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표정은 편안했다. 그러나 말투와 행동엔 절도와 위엄이 가득했다. 그는 “교도소가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됐지만, 수용자들은 모든 교도소가 소망교도소처럼 바뀌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국가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수용자 교화문제를 기독교계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민영이라는 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보통 교도소는 수용자 교화 프로그램 일부만 종교단체 등 민간에 맡긴다. 수용자 구금·관리 등 핵심 업무는 국가 몫이다. 그러나 민영교도소는 교정업무 일체를 민간이 맡는다. 소망교도소 직원은 전부 민간인이다. 일반 직원은 사기업체 이직자부터 이곳이 첫 직장인 대학 졸업생까지 다양하다. 법무부에서는 지도인원 4명만 나와 있다. 전체적인 교도행정은 다른 교도소처럼 법에 따라 엄격히 이뤄지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은 민간인인 곳이 민영교도소다.”

-민영이라면 수익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민영교도소는 영리형과 교화형으로 나뉜다. 소망교도소는 교화형이다. 현재 교도소는 수용자 통제·관리에 에너지를 다 쓰고 있다. 수용자가 한 명이라도 탈주하면 전 국민이 불안해하므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교화 노력은 약해지고 있다. 교도소를 ‘범죄자 양성소’ ‘범죄 학습소’라고 부를 정도다. 수용자의 교정·교화보다 보안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재범률이 높아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수용자가 출소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해야 국민적 불안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소망교도소의 장점은 무엇인가.

“민간의 힘으로 교도행정의 전문성, 효율성,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교도소 직원은 190여명이다. 소망교도소는 115명이다. 직원 한 명이 두 사람 몫을 해 경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민간 전문가도 마음껏 쓸 수 있다. 소망교도소에는 다양한 경험과 학식이 있는 자원봉사자 600명의 풀이 구성돼 있다. 자원봉사자는 수용자와 일대일 멘토링 관계를 맺게 된다. 수용자는 타인의 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고, 더 나아가 자신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것을 보면 깊은 감동을 받는다.”

-어떤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우리는 모든 범죄가 갈등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화해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하나님과의 화해다. 기독교적 시각에선 모든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긋나기에 발생한다. 둘째는 자신과의 화해다. 수용자에게 자기가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가족과의 화해다. 가족에게는 수용자가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수용자에게는 돌아갈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하다. 넷째는 사회와의 화해다. 수용자들이 출소 후에 사회의 골칫덩이가 되지 않게 준법정신과 이웃사랑 정신을 키우고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교화 프로그램 성공을 확신하나.

“지난 6년간 시험 운영해 성공했다. 2005년부터 여주교도소에서 매년 수용자 30여명을 선발해 교화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들의 출소 후 재복역률은 6%였다. 전체 평균 22.4%의 4분의 1 정도다. 선발된 수용자를 6개월 교육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수용자 통제부터 교화까지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괄한다면 어떻겠는가. 사회적으로 ‘범죄자는 변할 수 없다’는 편견이 많다. 보통의 교화 프로그램은 수용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의심하면서 일종의 잽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교화의 강펀치를 날릴 것이다. 모든 사람은 변화될 수 있다는 확신과 이를 성공시킬 열정이 있다. 우리는 수용자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재복역률을 3%로 떨어뜨릴 것이다. 내년 상반기 중이라도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선 ‘기독교계가 모범수만 데리고 생색내고 사회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다’ ‘수용자에게 종교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한다.

“수용 기준은 법무부에서 정했다. 처음 운영되는 교도소인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강력범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 현재 수용자도 성폭력범, 살인미수범 등 죄질이 낮지만은 않다. 직원을 선발할 때도 종교를 묻지 않았다. 재소자에게도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종교행사 참석을 거부해도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교화 프로그램을 미리 제시하고 이를 통해 변화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교도소 진입로 입구 표지석에 ‘아가페랜드’라고 쓰여 있다.

“아가페랜드는 내가 붙인 이름이다. 면회자들은 ‘교도소에 간다’고 말할 때마다 스스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교도소 직원도 ‘교도소’라는 어감에 위축되고 마음이 차가워질 수 있다. 명칭 하나에 모든 교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소망교도소에선 수용자를 번호로 부르지 않는다. ‘∼씨’ ‘∼형제’로 부른다. 수용자를 인격적으로 대해야 인격의 변화가 일어난다.”

-교도소장으로서 철학은 뭔가.

“30여년의 군 경력 이후 5년간 한 학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교도소장 직전엔 5년간 한 병원재단 이사장으로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재소자를 통제하면서도 교화시켜야 한다는 이중성을 가진 교도소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도자는 지·신·인·엄·용 5가지 덕목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사랑과 엄격함을 동시에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소망교도소의 과제는 무엇인가.

“소망교도소는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최초로 세워진 민영교도소다. 정부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보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제2, 제3의 소망교소도가 세워지려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의 교화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면 전국 교도소에 전파될 것이고,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 부담감이 크다. 국민 성원이 필요하다. 초교파적인 기독교계의 도움도 필요하다. 시설 건축에 필요한 288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계 후원금 모금 노력을 펼쳤지만 아직 113억원이 채워지지 않았다. 기독교가 교도소 운영에 성공하고, 교리에 따라 재소자를 교화시킬 수 있을지에 국민적 시선이 쏠려 있다.”

권중원 소장은

인생의 절반을 군에서 보냈다. 1963년 경북 안동사범학교를 졸업해 잠시 교편을 잡았다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68년 졸업했다. 90년 준장으로 진급한 뒤 육군 특전사 제3공수여단장, 국방부장관 보좌관, 육군 3사관학교 교수부장 등을 지냈고 96년 전역했다.

이후 경북 영주여자중·고등학교 재단이사장(1999∼2004)을 지내며 학교를 지역 명문학교로 키웠고, 2004∼2010년 적자였던 경북 안동성소병원재단 이사장을 맡아 흑자 병원으로 만들었다. 지난 3월 2일 초대 소망교소도장으로 취임했다.

여주=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