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서원 30주년 맞이한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입력 2010-12-27 17:41


[미션라이프]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의 은퇴 후 삶은 어떨까. 하 목사와 더불어 이른바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려온 고 옥한흠 목사는 은퇴 뒤 올해 9월초 소천하기까지 국제제자훈련원을 통해 제자훈련의 세계화를 추진해왔으며 막 은퇴한 이동원 목사는 3년간 후임 진재혁 목사를 돕는 동시에 글로벌미니스트리네트워크(GMN)를 통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간 소통을 선도할 예정이다. 두란노서원 30주년 기념 인터뷰를 위해 최근에 만난 하 목사는 기자의 이 같은 궁금증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은퇴 후 갈 곳으로 두란노서원과 CGNTV를 꼽았다. 그만큼 온누리교회 못지않게 그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아직도 2% 부족한,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도 느껴졌다.

하 목사가 두란노서원을 설립한 것은 1980년 12월 연예인교회를 사임하고 영국으로 떠나기 전이었다. 사도행전 19장에 등장하는 두란노서원은 원래 사도 바울이 말씀을 가르치며 생명의 문화를 일깨운 장소였다. 하 목사는 당시 두란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명확한 방향성은 갖고 있지는 않았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을 떠나기 전 두란노서원을 세웠지만 그 내용은 거의 없었어요. 상담이나 제자훈련, 성경공부, 강해설교 정도만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런던바이블칼리지 수학, 영국WEC 국제선교센터 훈련 을 거쳐 83년 3월부터 존 스토트 목사님이 이끄는 ‘런던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면서 앞으로 두란노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그는 존 스토트를 통해 과거 역사를 뒤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규명한 뒤 미래를 조명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란노서원 비전이 교회, 문화, 세계, 미래라는 4대축이다. 교회 성장과 성숙을 돕고(Vision for the Church), 세상의 문화를 변혁시키고(Vision for the Culture),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고(Vision for the World), 미래를 준비하는 것(Vision for the Future)이 바로 그것이다. 하 목사는 “지난 30년간 적잖은 위기를 겪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하나님이 우리 생각보다 더 큰 꿈을 갖고 계심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두란노서원을 통해 바이블칼리지,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천만큐티사역, 천만일대일 사역 등을 정착시켰다. 또 2천/1만(2000명 선교사와 1만명 사역자 배출) 비전과 Acts29(비전교회 설립, CGNTV 위성방송 창립, Act29비전빌리지(전 양지세계선교센터) 운영, 사회참여 확대), 러브소나타(신개념 문화전도집회)와 같은 선교정책도 견인했다. 그중 두란노출판사는 이 모든 사역을 문서로 후원하고 홍보하는 문화적 도구 역할을 해왔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큐티지가 된 ‘생명의 삶’의 발행 부수는 30만부에 달한다. 그중 10만부가 남미에서 나간다. 멕시코에서만 6만부가 판매된다. 미국 일본 대만에 이어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두란노서원이 생길 예정이다. 두란노의 일대일 교재도 세계화됐다. 두란노서원은 이처럼 교재를 개발하고 온누리교회가 이를 활용하고 검증한 뒤 한국교회에 전파하는 작업을 해왔다.

두란노서원과 온누리교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목회에 ‘파라처치(선교단체)’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온누리교회라는 ‘처치’에다 두란노서원이라는 파라처치를 네트워크화하고 모든 사역을 공유하고 협력케 한 발상은 독창적이었다. 이에 대해 하 목사는 “교회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교회는 반드시 파라처치와 함께 다차원적인 목회를 통해 갱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일만 지키는 ‘선데이크리스천’을 매일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에브리데이크리스천’으로 바꾸는 날까지 포기할 수 없는 사역이 두란노서원이라고 했다. “토요일까지 방탕하게 살다가 주일 하루만 교회에 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영이 맑지 않은 상태에서 교회를 가니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있지만 세상이 선한 영향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요.”

하 목사는 ‘생명의 삶’ ‘빛과 소금’ ‘목회와 신학’ 등 두란노서원이 발간하는 월간지는 한결같이 매일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했다. 두란노가 해야 할 일은 영성과 전문성의 두 날개로 변하지 않는 가치,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포기할 수 있는 것은 꿈이 아닙니다. 지울 수 없는 것, 버릴 수 없는 것, 죽어도 하는 것이 꿈입니다. 땅의 꿈이 아니라 하늘나라 아버지의 꿈입니다.”

그는 디지털시대에 맞게 새로운 계획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예수님 잘 믿는 사람을 위해 책을 만들면 3000∼4000권이 나가더라고요. 얼렁뚱땅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위해 책을 내면 1만권이 팔리고요. 불신자를 염두에 둔 책을 내면 2만권이 훌쩍 넘기는 것을 보면서 두란노서원이 나가야할 방향을 찾았습니다.” 하 목사는 잠재적 크리스천을 위한 책을 내기 위해 ‘비전과 리더십’, ‘꽃삽’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두란노 이름으로 나왔지만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의 판매 부수는 150만권을 넘어섰다. 최근에 나온 ‘닉 부이치치의 허그’는 13만5000부를 넘겼다. 이들 책은 비기독인들조차 환영받는 작품이 됐다.

“소설도 만화식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영화는 만화가 원작인 게 많더라고요. 기독교 만화도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두란노서원은 IT를 통해 땅 끝까지 하나님의 복음을, 콘텐츠로 증거하는 사역을 힘있게 추진할 겁니다.”

하 목사는 30년간 누적된 콘텐츠를 디지털로 변환,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비용, 전문인력 때문에 작은 교회들이 꿈꾸기 힘들었던 시스템을 제한 없이 각자의 상황(스마트 폰, 스마트 패드, 스마트 TV, 컴퓨터)에 맞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새로운 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건강한 기독교적 사회참여의 장을 어떻게 열 것인가라는 고민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소의 위험성이 있지만 이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게 두란노의 과제라면서 기존 NGO와 차별화된 NGO설립이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월드비전, 컴패션과는 다른 그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다. 국내 100만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탈북민들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NGO가 될 것 같아요. 완성될 그림은 저도 아직 몰라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끊임없이 저에게 비전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는 “저 스스로 오늘과 같은 대형화된 온누리교회를 꿈꿔본 적이 없듯이 내일의 두란노가 어떻게 될지는 하나님만이 아실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두란노를 통해 영광을 받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일찍 40일 특별새벽부흥집회(특새)를 시작한 온누리교회에서 하 목사는 특색 첫날인 20일부터 직접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내년 4월이나 8월경 수술을 받기 위해선 절대 안정과 요양이 필요하지만 제어하기 힘든 힘에 이끌려 강단에 서고 있다. “선교한국처럼 내년에는 5000∼8000명의 청년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선교집회도 계획 중이에요.” 못 말리는 하 목사의 말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