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물 실은 열차 탈선… 고의사고 추정”

입력 2010-12-27 21:28

북한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1월 8일) 축하 선물을 실은 화물열차가 신의주 인근에서 탈선했다고 대북 매체인 열린북한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평안북도 보위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1일 신의주역을 떠나 평양으로 향하던 화물열차가 (약 15㎞ 떨어진) 염주역과 동림역 사이 구간에서 탈선했다”며 “철길이 노후화하긴 했지만 철로가 대파된 점으로 미뤄 열차 통과 시간에 맞춰 누군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보위부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전체 40여량 중 탈선한 8량에는 김정은의 생일을 축하하는 데 쓰기 위한 시계, TV 등 선물용품이 가득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위부는 김정은 후계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계획적으로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평양∼신의주 간 여객열차는 하루에 한 번만 운행하나 화물열차는 수송할 화물이 생기는 대로 불규칙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국가적 명절로 지정해 고급 시계나 TV 등을 간부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후계자 공식화 이후 처음 맞는 다음달 김정은 생일에도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대대적인 선물 살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당국은 최근 중국 내 북한 공관과 무역일꾼들에게 김정은을 더 이상 ‘청년대장’으로 부르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후반에 불과한 김정은의 어린 이미지를 지우고, 국가 지도자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을 ‘존경하는 김정은 군사위 부위원장’이나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로 부르도록 했다”며 “김정은이 지난 9월 당대표자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북한에서는 청년대장 호칭이 금기시됐다”고 말했다. ‘존경하는’이라는 용어는 김일성 주석이나 김 위원장에게 사용하는 ‘위대한’ 또는 ‘경애하는’이라는 표현보다 한 단계 낮은 수식어로 여겨진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