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 ‘아프리카의 눈물’ 제작 장형원 PD “물은 생명, 1년간 취재하며 절실히 깨달아”
입력 2010-12-27 23:00
MBC가 이달 초부터 심야에 방송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눈물’(5부작)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일상이 자연 환경 파괴로 인해 헝클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전달한 환경 다큐멘터리다. 지난 3일과 10일 1, 2편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프리카의 고통에 숙연해진다” “나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 제작을 진두지휘한 장형원(43·사진) MBC PD의 일상은 이 프로그램을 찍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이 방송을 촬영한 후 장 PD는 되도록이면 일회용 컵을 멀리하고, 뜨거운 물보단 찬물로 씻는다. 샤워를 하면서 소변을 보는 습관도 갖게 됐다. ‘아프리카의 눈물’ 취재 차 아프리카 현지에서 1년여간 누비면서 물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화장실에 냄새난다고 타박하는데, 물 부족 경험을 제대로 한번 하고 나니 그때 습관이 잘 고쳐지지가 않아요. ‘아만 이만’이란 아프리카 말은 ‘물은 생명’이라는 뜻인데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온 거죠.”
장 PD는 “풀라니족이 사는 사하라 남단은 물이 부족해서 막걸리처럼 걸쭉하게 생긴 더러운 물밖에 없었다”며 “우리가 생수를 마실 때 풀라니족 꼬맹이가 쳐다보던데, 그 꼬맹이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환경 보호를 촉구하는 묵직한 울림도 주지만, 이색적이고 때로는 충격적인 아프리카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편에서 방송된 풀라니족 여성들의 입술 문신 장면이나 내년 1월 7일 3편에서 방송 예정인, 아이의 귀에 꿰맨 실로 나이를 새기는 의식 등이 그것이다.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라 시청자들로부터 “끔찍하다”는 지적을 받았거나 그럴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장 PD는 아프리카의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저희라고 충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방송 전에 모자이크를 할까도 고민했는데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뺄 수가 없었어요.”
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MBC 창사 특집으로 방영돼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다큐멘터리의 신기원을 열었던 ‘아마존의 눈물’의 첫 연출자였다. 2008년 두 달간 취재했지만 개인적인 사정과 제작비 문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중도에 제작을 포기해야 했다.
“아마존의 눈물이 잘 됐으니 굴러들어온 복을 내 발로 찬 셈이죠. 부럽기도 했고, 내 나이가 40대다보니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비장한 각오로 (아프리카의 눈물) 제작에 임했습니다.”
장 PD는 언뜻 보기에 우리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현상들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물이 없어서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은 어쩌면 이곳에서 낭비하며 사는 우리들의 삶 때문이 아닐까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