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자 겨울을 이기자]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입력 2010-12-27 17:36


이어령 지음/열림원

저자 이어령은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통해 처음으로 신변과 개인적인 가족사에 대해 털어 놓았다. 그러나 독자들에겐 인간 이어령에 대한 궁금증과 목마름이 있다. 그의 내면에 깃든 영성이 어디서 어떻게 발원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이런 독자의 요구와 저자의 개인적인 바람이 맞물려 나온 책이다. 저자는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의 머리말에서 “마음 한구석에는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인 우주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와 같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을 밝혔다. 산문집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서 그는 어머니를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최초로 떠나고 돌아오는 것을 가르쳐주시는 분’, ‘언제나 뒤주처럼 묵직하시고 당당하신 분’ 등으로 표현한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가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시라는 가장 순일한 형식을 빌려 신을 대상화하면서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질문과 갈망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사유화한다. 지금도 여전히 지성에서 영성으로 향하는 그 좁고 어두운 길 위에 서 있는 고독한 한 영혼의 출발점이자 이정표가 되는 텍스트다. 시집에 수록된 한 편 한 편의 시들은 연륜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진정성과 호소력을 획득하고 있다. 때로는 선시(禪詩) 같은 함축과 잠언,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구도자의 사랑과 기도,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두 권의 책은 문명이나 지식에 물들기 이전 태초의 인간 이어령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그간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던 원로 작가의 숨김없는 고백은 그만큼 마음의 깊숙한 곳을 울린다. 특히 그것이 오래 묵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거나 자신의 신념을 바꿀 만한 변화에 관한 이야기일 때는 누구라도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02-3144-3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