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처치 두란노’ 30년 맞는 하용조 목사 “은퇴 후엔 두란노서원으로 가야죠”
입력 2010-12-27 20:32
하용조(사진) 온누리교회 목사의 은퇴 후 삶은 어떨까. 하 목사와 더불어 이른바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려온 고 옥한흠 목사는 은퇴 이후 올해 9월 초 소천하기까지 국제제자훈련원을 통해 제자훈련의 세계화를 추진해 왔으며, 막 은퇴한 이동원 목사는 글로벌미니스트리네트워크(GMN)를 통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간 소통을 선도할 예정이다. 두란노서원 30주년 기념 인터뷰를 위해 최근 만난 하 목사는 기자의 이 같은 궁금증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은퇴 후 갈 곳으로 두란노서원과 CGNTV를 꼽았다. 그만큼 온누리교회 못지않게 그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아직도 2% 부족한,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느껴졌다.
하 목사가 두란노서원을 설립한 것은 1980년 12월 연예인교회를 사임하고 영국으로 가기 전이었다. 사도행전 19장에 등장하는 두란노서원은 원래 사도 바울이 말씀을 가르치며 생명의 문화를 일깨운 장소였다. 하 목사는 당시 두란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명확한 방향성은 갖고 있지는 않았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을 떠나기 전 두란노서원을 세웠지만 그 내용은 거의 없었어요. 상담이나 제자훈련, 성경공부, 강해설교 정도만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런던바이블칼리지 수학, 영국WEC 국제선교센터 훈련을 거쳐 83년 3월부터 존 스토트 목사님이 이끄는 ‘런던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면서 앞으로 두란노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하 목사는 스토트를 통해 과거 역사를 뒤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규명한 뒤 미래를 조명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란노서원 비전이 교회, 문화, 세계, 미래라는 4대 축이다. 교회 성장과 성숙을 돕고(Vision for the Church), 세상의 문화를 변혁시키고(Vision for the Culture),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고(Vision for the World), 미래를 준비하는 것(Vision for the Future)이다.
두란노서원을 통해 바이블칼리지,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천만큐티사역, 천만일대일 사역 등을 정착시켰다. 또 2천/1만(2000명 선교사와 1만명 사역자 배출) 비전과 Acts29(비전교회 설립, CGNTV 위성방송 설립, Act29비전빌리지(전 양지세계선교센터) 운영, 사회참여 확대, 러브소나타(문화전도집회)와 같은 선교정책도 견인했다. 그중 두란노출판사는 이 모든 사역을 문서로 후원하고 홍보하는 문화적 도구 역할을 해 왔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큐티지가 된 ‘생명의 삶’의 발행 부수는 30만부에 달한다. 그중 10만부가 남미에서 나간다. 멕시코에서만 6만부가 판매된다.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이어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두란노서원이 생길 예정이다.
두란노서원과 온누리교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목회에 ‘파라처치(선교단체)’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온누리교회라는 ‘처치’에다 두란노서원이라는 파라처치를 네트워크화하고 모든 사역을 공유하고 협력하게 한 발상은 독창적이었다. 이에 대해 하 목사는 “교회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교회는 반드시 파라처치와 함께 다차원적인 목회를 통해 갱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목사는 주일만 지키는 ‘선데이크리스천’을 매일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에브리데이크리스천’으로 바꾸는 날까지 포기할 수 없는 사역이 두란노서원이라고 했다. “토요일까지 방탕하게 살다가 주일 하루만 교회에 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영이 맑지 않은 상태에서 교회를 가니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교회와 크리스천이 있지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요.” ‘생명의 삶’ ‘빛과 소금’ ‘목회와 신학’ 등 두란노서원이 발간하는 월간지는 한결같이 매일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시대에 맞는 뉴 플랜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예수님 잘 믿는 사람을 위해 책을 만들면 3000∼4000권이 나가더라고요. 얼렁뚱땅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위해 책을 내면 1만권이 팔리고요. 불신자를 염두에 둔 책을 내면 2만권이 훌쩍 넘기는 것을 보면서 두란노서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습니다.” 하 목사는 잠재적 크리스천을 위한 책을 내기 위해 ‘비전과 리더십’ ‘꽃삽’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30년간 누적된 콘텐츠를 디지털로 변환, 공급할 계획이다. 고비용, 전문인력 때문에 작은 교회들이 꿈꾸기 힘들었던 시스템을 제한 없이 각자의 상황(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TV, 컴퓨터)에 맞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과거 온누리교회의 대형화를 꿈꿔본 적이 없듯이 내일의 두란노가 어떻게 될지는 하나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두란노를 통해 영광을 받으실 것”이라고 했다. 예년보다 일찍 40일 특별새벽부흥집회를 시작한 온누리교회에서 하 목사는 20일부터 직접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내년 4월이나 8월쯤 수술을 받기 위해선 절대 안정이 필요하지만 제어하기 힘든 힘에 이끌려 강단에 서고 있다. “선교한국처럼 내년에는 5000∼8000명의 청년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선교집회도 계획 중이에요.”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