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 ‘모기장 보내기 운동’ 이끄는 류종수 유엔재단 상임고문

입력 2010-12-26 19:20


“단돈 만원 살충 모기장 하나면

4인 가족 최대 5년 생명 안전

말라리아 고통 아프리카에 사랑을”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데는 한국교회의 기도가 큰 힘이 됐습니다. 주님이 베풀어 주셨듯이 우리도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이웃 나라들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내밀 때가 됐습니다. 이 캠페인은 그 희망의 증거이고, 실천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류종수(46) 유엔재단(UN Foundation) 상임고문(Senior Advisor)은 한국교회가 아프리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네츠 고(Nets Go!)’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한국과 한국교회 위상을 높일 ‘기회’이자,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기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에서 류 고문을 만났다. 그는 유엔재단과 감리회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모기장을 보내자’는 뜻의 네츠 고 운동은 아프리카 아동 사망 원인 1위인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특수 살충 처리된 모기장을 만드는 기금을 조성하는 캠페인이다.

미국에서는 3년 전부터 ‘낫싱 벗 네츠(Nothing But Nets)’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 하루 3000여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는데, 이 중 90%가 아프리카 어린이”라고 류 고문은 이 운동의 시급성을 설명했다.

“국제보건기구가 인증하는 살충 모기장은 한 장에 1만원입니다. 모기장 한 장이면 4인 가족이 최대 5년 동안 말라리아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지요.”

류 고문에 따르면 한국 계좌에 적립된 기금은 전액 유엔재단을 통해 유엔으로 들어가며, 이 돈은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현지 공장에서 모기장을 대량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실시간 조달된다.

감리회는 성탄절 헌금 및 각 교회 후원금 등을 모아 모기장 10만장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감독회장이 공석이라 유엔재단과 공식 업무협약(MOU)은 체결하지 못했지만, 대신 각 연회 감독들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교단 차원에서 이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감리회가 처음으로, 유엔재단과 설립 파트너(Founding Partners) 관계인 미 연합감리교회(UMC)를 통해 연결됐다. 유엔재단은 감리교회를 시작으로, 국내 여러 교단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류 고문은 한국의 네츠 고 운동을 모델화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주로 대기업이나 부자들에 의한 거액 기부가 주를 이룬다면, 한국에서는 일회성 기부보다 개별 교회나 기관, 학교 등 소규모 단위의 순수 캠페인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출범한 네츠 고 운동 한국본부는 대한약사회, 서울고검, 서울시, 국군간호사관학교, 한남대 등과 MOU를 체결하거나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 빈’을 통해 진행 중인 모금 운동에 유엔재단 전체가 고무됐다고 한다. 권칠용 본부장은 “본격 진행 60여일 만에 22만여명이 동참했다. 사이버 상의 100원짜리 행복한 콩이 모여 2억원 이상의 기금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류 고문은 “에이즈, 말라리아 등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에 생명을 전하는 실천은 선교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젊은 기독교인의 자긍심 고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뉴욕 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류 고문은 대구 청구고를 졸업한 뒤 뉴욕 포담대학 경제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역 개발과 아동·여성 문제를 주제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 YMCA 이사장을 4년 지냈으며, 지난해 7월부터 미 국적자가 아닌 인사로는 유일하게 유엔재단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엔재단은

1998년 CNN 창립자 테드 터너 회장이 유엔의 활동을 돕고,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고자 10억 달러의 자산을 기부해 만든 자선 단체다. 미 상원의원을 지낸 티머시 워스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그로 할렘 브룬틀란 세계보건기구 명예총장 등 세계적 저명인사들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현재 400곳 이상의 기관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40여개 유엔 산하기구, 100여개국 정부 등과 협력하고 있다(유엔재단 한국본부 사무실 02-554-4870).

글·사진=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