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눈 감은 ‘배짱 행사’… 일부 지자체 ‘지역경제’ 앞세워 이벤트 강행, 축산농 반발
입력 2010-12-26 18:57
경북 안동발 구제역이 경기도, 인천, 강원도 지역 대부분을 초토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배짱 좋게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제역 확산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로 인해 장거리 이동 차량 증가도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구제역 발생 지역 차량들이 무방비로 이동하면서 자칫 중부·호남 지역 등으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도는 오는 31일 파주 임진각에서 ‘통일염원 제야행사’를 열기로 했다. 지난해 임진각 제야행사에서는 1만5000여명이 몰렸다. 개최지인 파주시는 구제역 전파 우려와 행사지원 인력동원의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도는 1999년부터 이어온 연례행사인데다 예년에 비해 행사가 축소된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임진각은 구제역으로 가축을 살처분한 문산읍 마정리 농가에서 3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구제역 전파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화천군은 취소여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던 ‘산천어축제’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 지역 축산농가 분포가 ‘대규모 밀집형’이 아닌 ‘소규모 산발형’으로 돼 있어 구제역이 발생해도 초동조치에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태로 군장병들의 외출·외박이 전면 통제돼 지역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축제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는 주민여론도 반영됐다. 군 관계자는 “남북 간 갈등 고조로 지역경제가 붕괴직전으로 내몰렸다”며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있기 전까지는 축제를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1월8일로 개최를 한 차례 연기한 평창 송어축제와 같은달 28일 열리는 인제 빙어축제도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될 방침이다. 도는 앞서 각 기초자치단체에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겨울축제와 해맞이 행사 자제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인천시 산하 인천관광공사는 31일 을왕동 왕산해수욕장에서 ‘인천대교 넘어 2011년으로, 인천 해넘이 2010’ 행사를 개최한다. 평화기원음악회를 시작으로 막을 여는 공식행사는 해넘이 감상, 평화기원 퍼포먼스, 비둘기 날리기, 2011발의 불꽃놀이 등 대규모 이벤트가 잇따라 진행돼 수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확산 경로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농가에 위협을 주는 행동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구제역 확산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연말연시에 계획했던 각종 축제나 해넘이·해맞이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