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필법으로 그린 서양 철학… 권기범 ‘모호한 형상의 구축’ 展
입력 2010-12-26 18:52
서울대 동양화과를 나와 한국화의 새로운 실험을 긍정적으로 시도하는 작가 권기범은 직관적이고 분석적인 작업을 통해 형이상학적 사유체계가 예술언어로 어떻게 재창출될 수 있는지 늘 고민한다. 한지에 지필묵으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은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동양적 재료와 서양적 개념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다양한 활동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가 서울 경운동 그림손 갤러리에서 ‘모호한 형상의 구축’이라는 타이틀로 내년 1월 7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삶 속에서 존재하는 갖가지 형상들을 자신만의 필법으로 시각화한 작품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꽃과 인물, 정물과 기호들의 파편으로 파노라마를 이룬 작품 ‘Ambiguity’(애매모호·사진)가 이색적이다.
특히 20m 갤러리 벽면에 드로잉을 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중력에 의해 사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물리학적 법칙을 작업에 응용시켜 물감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제작한 벽면회화가 볼만하다. 인체를 비롯한 일상적 형상들을 채집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품은 시대적 가치체계를 시각화한다는 평가다(02-733-104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