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폭설로 얼룩진 ‘우울한 크리스마스’
입력 2010-12-26 18:47
성탄절을 맞은 지구촌 곳곳이 테러와 폭설로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할 때 필리핀과 나이지리아 등에선 기독교도를 향한 테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신도와 이슬람교도들이 갈등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주 조스에선 24일 7차례 폭발물 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죽고 74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동북부 보르노주 주도 마이두구리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 단체 ‘보코 하람’ 소행으로 보이는 교회 대상 테러 3건이 발생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의 근거지인 필리핀 남부 홀로섬에선 성탄절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에서 폭탄이 터져 신부 1명을 포함해 11명이 다쳤다.
파키스탄에서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북서부 지역 바자우르의 세계식량계획(WFP) 분배소에선 크리스마스 당일 부르카를 두른 20대 여성의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4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운동(TTP)의 아잠 타리크 대변인은 이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럽과 미국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즐겁지만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 대륙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와 폭설로 항공기들이 무더기 결항돼 교통대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은 24일 눈보라로 670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또 쌓인 눈으로 인한 공항 지붕의 붕괴를 우려해 승객 2000여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도 항공기 65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미국 동부지역도 최고 25㎝의 폭설로 항공기 수백 편이 결항되면서 여행객의 발이 묶였다. 델타항공은 본사 소재지인 애틀랜타행 항공편을 포함해 모두 500여편의 운항을 취소하는 등 북서부 대서양 연안지역 항공편 운항 취소사태가 속출했다.
남미 에콰도르 마나비주에선 성탄절 여행객을 태운 버스가 계곡으로 굴러 최소 41명이 죽고, 약 30명이 다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사고도 잇따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