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속지주의’ 폐기 본격화…2011년 하원 장악 후 ‘시민권 자동부여’ 조항 삭제 추진

입력 2010-12-26 21:06

내년 회기부터 하원을 장악하는 공화당이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속지주의(屬地主義)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드림법안’ 폐기=연방 헌법엔 속지주의에 따라 ‘시민권 자동부여(Birthright Citizenship)’ 조항이 있다. 따라서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태생 자녀라 할지라도 미국 시민권 취득을 보장한다. 공화당 내 반(反)이민 강경파들이 이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이달 중순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국적 취득을 허용하는 이른바 ‘드림법안(Dream Act)’ 통과를 무산시켰다.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소수 인종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상원은 공화당과 일부 보수적 민주당 의원들의 동조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강력히 밀어붙이던 이민법 개혁을 저지했다.

드림법안은 불법체류자 부모 때문에 서류 미비 등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 신청자격을 부여하도록 한 것이다. 미 전역에서 소수 인종 커뮤니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로 2001년, 2004년에 이어 다시 무산됐다.

◇멀어지는 이민법 개혁=오바마 대통령은 이민법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공언했다. 하지만 사실상 향후 2년 안에 이민법 개혁 관련 법안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 상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오히려 공화당은 지난 정권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 주춤해진 불법이민자 기습 단속이나, 고용주가 취업희망자의 이민 자격에 대해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애리조나주 등 13개 주정부는 시민권 자동부여법에 반대하고 있다. 내년 공화당 주도의 하원에서는 이 안건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부 공화당 의원은 불법체류자의 자녀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속지주의 원칙을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대해 공화당 일부 의원 등 보수세력 내부에선 2006년부터 꾸준히 폐지를 제기해 왔다. 당시 일부 공화당 의원은 시민권 자동부여 폐기 조항이 포함된 반이민법안을 상정했으나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공화당이 지난 11월 중간선거 승리로 새해 연방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여세를 몰아 해묵은 반이민법 문제를 관철시키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미국 정치권에선 반이민법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