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폭염·폭우… 한반도가 이상하다
입력 2010-12-26 18:46
2010년은 전례 없는 이상기후가 우리나라를 괴롭혔던 한 해였다. 26일 기상청이 발간한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올해 기록적인 폭설, 이상저온, 폭염, 집중호우가 잇따랐다.
지난 1월 4일 서울에 유례없는 폭설이 내린 게 시작이었다. 당시 서울 지역에 하루 동안 쌓인 눈은 25.4㎝. 기상청이 신적설(새로 쌓인 눈)을 관측하기 시작한 1937년 이래 가장 많았다.
중부지방에 ‘눈 폭탄’이 떨어졌던 1월이 지나고 3∼4월은 73년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연상되는 서늘한 봄이었다.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0도에 못 미치는 9.9도였다. 이 역시 73년 이후 4월 기온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였다. 봄철 일조시간도 508.7시간으로 평년보다 153.6시간 적어 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름은 뜨거웠다.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여름 내내 한반도 주변에 머물면서 6∼8월 92일 가운데 81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12.4일 발생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가을은 ‘물 폭탄’과 황사의 계절이었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1일 서울에 259.5㎜의 집중호우가 내려 2명이 목숨을 잃고 이재민 5만4000여명이 발생했다. 이는 190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강우량이었다. 11월에는 황사가 네 차례 찾아왔다. 황사일수는 2.5일로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여섯 배 많았다. 11월 11일 서울의 황사 농도는 시간당 1191㎍/㎥로 가을철 황사 농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겨울 한파는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5.1도까지 내려가 30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1∼10월 지구의 평균기온이 188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북극지방의 기온변동 폭이 평년에 비해 빈번했다”며 “지구온난화와 극지방의 기온 변화,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 등이 한반도 이상기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