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 경찰관이 마약장사… 체포된 범인은 소변 바꿔치기로 빼돌려

입력 2010-12-26 18:46

마약수사팀에 근무하던 현직 경찰관이 직접 히로뽕 밀매에 나서고, 체포된 마약범을 빼내기 위해 소변 바꿔치기 수법까지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이 경찰관에게 마약범은 검거 대상이 아닌 동업자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마약 상습 투약자에게 히로뽕을 판매하고, 검찰과 경찰 단속에 적발된 마약범으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 및 뇌물수수 등)로 서울 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소속 이모(47) 경사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 8월 마약 복용 전과가 있는 이모씨로부터 ‘히로뽕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경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산 지역 마약공급책 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는 믿을 만한 사람이니 앞으로 히로뽕을 거래하라”며 연결시켜줬다. 이씨는 박씨로부터 히로뽕 10g을 구입했으며 대금 450만원은 이 경사가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경사는 지난달 이씨가 히로뽕 투약 혐의로 서울 모 경찰서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소변 누지 마’라고 알려주는 등 경찰 조사 대처요령을 가르쳐줬다. 이 경사는 곧이어 해당 경찰서로 찾아가 정상인의 소변을 담은 콘돔을 이씨에게 몰래 전해주는 ‘소변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경사가 마약 복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지명수배된 이씨에게 “검찰 담당 계장 및 수사관들과 친분이 두텁다. 사건을 무마해줄 테니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경사에게 돈을 주지 않았으나 단란주점 등에서 3차례 320만원어치의 향응을 제공했다.

이 경사는 서울 송파경찰서 마약수사팀에 근무하던 2007년 5월 내사를 받던 이씨에게 수사 중단 대가로 현금 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경사가 이씨의 변호사 선임료 4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사기 혐의도 추가했다”며 “마약 경찰관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