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갈등 속 기독 중국인 100여명 ‘화해’ 성탄예배
입력 2010-12-26 18:47
서울의 한 중국인교회에서 양국의 화해를 기도하는 성탄예배가 열렸다. 한·중 당국의 외교 갈등과 정치적 견해 차이가 이웃에 사는 중국인에게 적대감으로 표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자리였다. 최근 고조된 반중감정으로 불안해하는 중국인 100여명이 한국인들과 함께 사랑과 화해를 기원했다.
서울 대림동 중국인교회는 26일 ‘두 나라 국민의 화해와 용서를 기도하는 성탄예배’를 올렸다. 예배에는 100명이 넘는 중국인 신자가 출석했다. 예배를 집도한 최황규(47)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한국과 중국에 화평의 씨를 뿌려야 한다. 비록 우리 교회가 작고 미약하지만 하나의 불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진행된 예배였지만 중국인 신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며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사라지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중국인교회가 특별한 성탄예배를 진행한 이유는 최근 잇따른 한·중 갈등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최근 서해 중국 어선 침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겼다.
교회 측은 반중감정이 고조돼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을 우려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125만여명 가운데 중국인은 60만6400여명에 달한다. 실제로 교회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심상찮은 반중감정을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인 A씨(43)는 최근 직장에서 해고당한 일을 설명하다 고개를 숙였다. 페트병을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올 들어 자주 폭언에 시달렸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로부터 ‘중국은 양식도 없이 힘만 믿고 설친다’ ‘잘난 중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말을 들었다. A씨는 “퇴직금도 못 받고 해고됐는데 이것도 반중감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 남성과 결혼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는 리잉(27)씨는 “남편이 눈치를 주지는 않지만 중국과 관련한 부정적인 보도가 많아지면서 신경이 쓰인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예배가 끝난 뒤에도 “국적을 통해 사람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중국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에는 고(故) 박경조 목포해경 경위의 부인도 참석했다. 박 경위는 2008년 9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으로 조기잡이를 하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던 중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졌다. 이씨는 예배가 끝난 뒤 많은 중국인 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 현실을 거론하며 “우리 가족도 중국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지만 한국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는 중국 여성들도 같은 피해자일 것이다. 서로 용서하고 친구처럼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