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대표 ‘룸살롱 자연산’ 대국민 사과 “적절치 않은 발언…국민께 죄송”
입력 2010-12-27 00:12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6일 ‘자연산’ 발언 파동과 관련,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이며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안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여당 대표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과 실수로 인해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지난 며칠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여당 대표로서 모든 일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을 화합시켜 집권 여당으로서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사과로 ‘보온병 포탄’ 발언에 이어 지난 22일 성형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잇단 설화를 일으키며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아온 안 대표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이날 성명서를 읽어 내려가는 2분여 동안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안 대표는 27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소와 마찬가지로 당무를 보기로 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선거 패배 등 정치적 이유가 아닌 자신의 언행 때문에 공식 사과를 한 건 처음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지난 주말 장고 끝에 ‘사과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직접 성명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과 기자회견을 위한 사전 논의는 없었다는 게 청와대나 안 대표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한 데는 ‘안상수 체제’ 그대로 가자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경우 선거 1년6개월 전에 당 대표를 그만둬야 하는 당헌·당규가 유지되는 한 지금과 비슷한 ‘대안 부재론’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 대표 후보군 대부분이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가진 상황에서는 ‘관리형 당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그만두면 오히려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한나라당 여러 세력들도 이런 사정을 아니까 대표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안 대표의 사과 성명 발표 이후 책임 논란이 잠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특히 친박근혜계, 친이재오계 등 당내 핵심 계파 간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계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했다가 자칫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당 주류 쪽에선 이 장관이 대권 주자로 뛸지, 킹메이커 역할을 할지 정할 때까지 좀 더 시간을 벌어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미 안 대표가 리더십과 권위에 큰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지도부 교체론은 언제라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의 한 의원은 “여당이 이런 걸로 자꾸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곤란하기 때문에 다들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라며 “자질 논란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반성에 진정성이 없다”며 안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춘석 대변인은 “결국 청와대가 당과 국회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안 대표를 통한) 영향력만을 중시하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영 대변인도 “안 대표가 한나라당의 얼굴로 그대로 남아 있다면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제명 조치된) 강용석 의원에 비해 불공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내에는 유임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안 대표 사퇴로 이번 파문이 마무리되기보다 계속 이슈화돼 안보 무능과 성희롱당이라는 여당 이미지가 부각되는 게 실익이 크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나래 남도영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