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韓流’로 건강수지 첫 흑자

입력 2010-12-26 18:21


전립선암에 걸린 러시아의 블라지미르(60) 교수는 지난 4월 29일 고려대 국제진료센터에서 처음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주변의 권고를 통해 한국행을 결정한 블라지미르 교수는 7월 중순까지 두 달간의 치료를 통해 완치됐다. 그는 “한국 병원의 훌륭한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친절에 감명받았다”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1∼10월 의료관련 대외수입이 지출을 넘어서면서 올해 처음으로 건강관련 여행수지(건강수지) 흑자가 유력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활성화되고 있는 의료관광이 결실을 보고 있는 데다 국내 의료 수준이 높아 해외진료비 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항목 중 ‘건강관련 여행수입·지급액’ 추이를 보면 올 들어 1∼10월 건강관련 여행수입액은 5480만 달러로 여행지급액 5410만 달러보다 70만 달러가 많았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건강관련 여행수지 항목이 통계로 선보인 2006년 이래 첫 흑자다. 건강수지란 해외 관광객이 진료 목적으로 국내에 쓴 돈에서 우리 국민이 외국 진료기관에 지불한 돈을 뺀 것을 말한다.

건강수지는 1∼10월 같은 기간 2006년 4950만 달러 적자에서 2007년 5800만 달러 적자, 2008년 6060만 달러 적자로 절정을 보인 뒤 지난해 950만 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연간으로 계산해도 지난해 1310만 달러 적자가 최소치다.

수지 항목을 놓고 보면 대외지급액의 급감세가 눈에 띈다. 연간으로 ‘건강관련 여행지급액’은 2006년 1억1910만 달러에서 2007년 1억3730만 달러로 오른 뒤 2008년 1억2900만 달러, 2009년 9580만 달러로 하락했다. 올해는 10월까지 5410만 달러에 그쳐 전년도 동기(7770만 달러)보다 30%가량 줄었다.

반대로 건강관련 여행수입액은 2006년 5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270만 달러로 3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는 1∼10월 548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6820만 달러)보다 20%가량 줄었다. 다만 10월 수입액(670만 달러)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올 연말까지 꾸준히 수입이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건강수지는 사상 첫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수지가 흑자를 보게 된 것은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은 국제수지팀 노충식 차장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의료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 데다 치료비는 훨씬 저렴해 굳이 중산층이 외국에 갈 필요성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로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치료나 수술을 받은 외국인 환자는 2008년 2만7000명에서 지난해 6만200명으로 1년 새 갑절 이상 늘어났고 올해는 그 수가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