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잡은 美… 4% 초반대 성장 전망

입력 2010-12-26 20:25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내년 세계경제의 향배를 둔 전문가 전망의 공통분모다.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만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은 커졌지만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건 미국경제라는 의미에서다. 최근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며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는 중국경제의 연착륙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여부도 주요 변수다.

◇내년 세계경제 4% 초반 성장=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경제 전망치로 4.2%를 내놓았다. 올해 전망치가 각각 4.8%, 4.6%임을 감안하면 내년 성장세가 올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그러나 민간의 전망치는 더욱 혹독하다. 경제전망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내년 성장률이 3.3%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등 비관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국제거시금융실장은 26일 “우리의 내년 전망치는 4.1%로 IMF와 비슷하다”며 “다만 비교시점인 올해에 비해 낮아 보이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회복력 자체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운전대 쥔 미국경제=미국경제에 대해서는 최근 낙관론이 강해지는 양상이다. 비관론은 미국의 고용부진과 주택경기 회복 지연을 주목하지만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감세연장 합의 발표와 가계부채 감소는 낙관론의 근거로 꼽힌다. JP모건은 감세 연장 합의 직후 내년 미국 성장률을 2.6%에서 3.1%로 올려 잡았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감세 연장의 효과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포인트 늘어난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집값 하락세가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긴축과 유럽발 재정위기=내년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중국과 유럽발 변수는 미국 변수와 같이 움직인다. 경기 재침체를 막기 위한 미국의 돈풀기는 중국과 유럽 모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내년 9%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4.5% 뛸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국가의 성장률은 1%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가 중국의 긴축과 유럽의 재정부담을 키우는 이유는 달러화 가치 하락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금이 선진국의 돈풀기를 피해 신흥국으로 쏠리면서 자산거품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 등 신흥국이 긴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험국인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에도 달러가치 하락은 경상수지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유럽의 재정부실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지만 신흥국에 대거 유입된 자금의 이동과 겹칠 경우 성장세가 얼마나 둔화될지 예측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 격차로 국가 간 공조 필요성은 증가되는 반면 단기정책 수단은 달라 갈등 소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