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어주세요] ④ 정신장애인 합창단 ‘어울림’

입력 2010-12-26 18:20


“음악에 장애는 없다”… 환우들 찾아 하모니 선사도

“잠깐! 또 얼굴이 굳어졌네. 모두 환하게 웃으면서 힘차게 노래합시다.”



“웃어야 건강해지고 웃는 모습으로 합창해야 듣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어요.”

지난 21일 오후 3시 부산 장전동 나모음악원. 올해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인 ‘어울림’ 합창단 단원들은 지휘자의 지적을 받자 “하 하 하” 큰소리로 웃은 뒤 연습에 재돌입했다. 연습 전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부족해 보이던 자세가 연습이 시작되자 흐트러짐이 없었다.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네….’ 지휘자의 손끝에 시선이 집중됐고 아름다운 화음은 ‘어울림’ 그 자체였다. ‘어울림’은 지난해 2월 국내 최초 정신장애인들로 창단된 합창단이다. 부산 지역 정신보건센터와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이 정신장애인들의 건강 회복과 자활 등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정신장애인 합창단’ 창단 프로그램을 추천했고, 모금회에서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합창단 명칭은 ‘편견을 없애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뜻에서 ‘어울림’으로 정했다.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오디션을 거쳐 남녀 40여명의 단원을 선발했다. 그동안 모두 150여명이 선발됐다. 선발된 20∼50대 정신장애인들은 매주 화요일 음악원에 모여 3∼4시간씩 피나는 연습을 했다. 지휘는 조경규(나래여성합창단 지휘)씨가, 반주는 김희정(음악치료사)씨가 맡았다.

올해 마지막 공연은 오는 29일 부산 좌천동 봉생병원에서 환우들의 쾌유를 위해 열린다. 창단 후 10차례 초청공연을 했고 두 차례 정기발표회를 가졌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장애인합창대회에 참가해 인기상을 수상했다.

합창단원 이모(45·여)씨는 연습 후 소감을 묻자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라며 ‘거위의 꿈’ 노래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연습 후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꿈을 이룬 것 같아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산=글·사진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