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은 경제… 2011년에는 어떻게 될까] 심상찮은 원자재값에 ‘성장률 5%·물가 3%’ 딜레마
입력 2010-12-26 19:58
① 물가와 금리
분야별 내년 경제전망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거시경제 지표 중에서 내년에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물가와 금리의 향방이다. 이후 주식과 부동산시장 전망을 통해 효율적인 자산운용 방안을 살펴본다.
내년 경제지표 중 초미의 관심사는 물가다.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달러 홍수, 이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 중국의 인플레 압력 증가 등 국제 경제 환경의 큰 흐름이 물가 불안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학적인 해답은 ‘확장보다는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 유지’다. 하지만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5% 성장’을 공언했다. 물가는 대부분 경제조사기관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3%로 제시했다. 이미 8·29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한 상황에서 이러한 확장 위주 정책에 대한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한국은행과 확장적 경제정책을 펴려는 정부 간의 갈등이 어느 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심상찮은 물가=지난 24일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은 91.58달러로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은 장중 t당 9392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알루미늄과 설탕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고스란히 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석유공사 집계 결과 12월 넷째주 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ℓ당 19.52원 오른 1787.07원이었다. 2008년 8월 둘째주(1806.66원) 이래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2일 설탕 가격을 9.7% 올렸으며 식품업체들은 밀가루 라면 등의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전시가 내년 2월 버스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일괄 인상키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공공요금을 내년 초부터 잇따라 올릴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농산물 가격 급등 효과에다 임금, 전세가 상승 및 TV 수신료 인상 전망 등으로 인해 내년에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결정 딜레마…정부 목표치 족쇄 되나=물가가 꿈틀거리면서 올해의 저금리 기조는 내년에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NH투자증권이 내년 기준금리가 올해보다 1.25% 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금융권은 올해(2.5%)보다 0.75~1.25% 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나라의 적정 금리 수준을 4.25%로 권고하기도 했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을 3.5% 선으로 전망한 한은 역시 올해보다 금리인상 기조가 강해질 것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내년에는 수요 측면의 압력이 거세져 상반기 3.7%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예측된다”고 언급해 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5% 성장을 고집한다면 금리정책이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각종 간담회 등을 통해 “내년 5% 성장은 달성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770조원(3분기 말 기준)에 이르는 가계부채도 복병이다. 정부가 내년에 막대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다짐하고 있는 만큼 빚 부담을 높이는 금리인상 카드에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다. 거시경제정책을 다루는 정부와 물가 당국인 한은의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년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금리 유지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내세우다 보면 기업에 가격억제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 전체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