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 ‘北=주적’ 표기 안해… 軍, ‘핵심적 위협세력’ 등 용어 검토

입력 2010-12-26 23:14

국방부가 이달 30일 발간할 ‘2010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방부는 26일 “새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며 “그러나 (북한이) 주적이라는 의미가 분명하게 담긴 더 강한 표현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주적 또는 적이라는 표현 대신 ‘핵심적인 위협세력’ 등의 용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이번 결정은 주적개념 부활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정부 부처의 경우 대북 협상 등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주적 표현을 다시 쓸 경우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길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장병 정신교육에서는 오래전부터 북한군과 지도부, 공산당을 명확한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내부 자료에선 북한을 ‘제1의 적’ ‘핵심적인 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태와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내 보수층을 중심으로 주적 개념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에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도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군과 지도부가 우리의 주적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를 국방백서에 넣을지 재판단하겠다고 밝혔었다.

주적 개념은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다. 2008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