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역사’ 낸 팝페라 테너 임형주… 카네기홀에 선 이후 7년, 연속된 기적 체험 고백하다
입력 2010-12-26 18:05
“지난 7년간이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기적을 체험했어요.”
팝페라 테너 임형주(24)는 최근 유엔평화메달 수상으로 연일 뉴스에 올랐다. 한국인 최초, 세계 최연소라는 수식어는 화려했다. 때마침 그의 세계무대 데뷔 7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기적의 역사(Miracle History)’가 나왔다. 수상 이슈를 활용한 상업적인 앨범 발매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년을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정리하기 위해 앨범을 준비했는데 또 다른 기적을 체험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 소공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임형주는 수상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약간 상기된 목소리였다. 지난 7년을 되짚어 볼 때는 감격에 겨운 듯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일단 ‘기적의 역사’는 즉흥적으로 기획한 앨범이 아니다. 2003년 세계 최연소로 카네기홀에서 단독 무대를 가진 후 기적의 연속을 체험한 그의 고백이다. 숫자 7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 때문에 올해 기념음반을 내기로 했다. 6개월 전부터 기획했고 제목도 이미 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평화메달 수상이 겹친 것이다. “제가 이런 큰 상을 받는 거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나이에 이런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앨범 제목을 ‘기적의 역사’라고 정한 것은 자신을 한 단계 낮춘 겸손함이다. 기적은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은 저를 낮출 때 더 큰 상을 주시더라”면서 “큰 달란트를 주시고 세계무대에서 노래하게 하셨다. 전 세계가 평화를 부르짖는 이 때에 더 큰 일을 하라고 주신 상인 거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임형주는 모든 공연을 ‘어메이징 그레이스’로 마무리한다. “받은 것밖에 없다”는 임형주의 신앙고백이다. “이 노래는 온전히 하나님께 바치고 싶어요. ‘어메이징 그레이스’만 부르면 목이 메고 눈물이 나요.”
‘기적의 역사’는 언제나 그를 지지해준 팬들을 위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쉬지 않고 달려온 임형주에게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는 그에게 시련의 한 해였다. 그는 “2009년 초 급성 맹장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덩달아 마음까지 슬럼프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기적의 역사’는 3장의 CD로 구성됐다. 음반시장이 죽어버린 요즘 수지가 안 맞는 장사다. 이 앨범은 7000장만 한정해서 판매한다. 타이틀곡인 ‘내 날개 밑에서 부는 바람아(Wind Beneath My Wings)’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다. 이 노래는 미국 가수 배트 미들러가 영화 ‘두 여인’ OST로 삽입해 큰 인기를 누렸던 곡이다. “제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이 저를 받쳐주지 않았으면 저는 훨훨 나는 새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이 계셔서 오늘에 제가 있는 거죠.”
7년을 터닝 포인트로 설정하는 그는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아마 지금보단 연주활동을 많이 줄일 거 같아요. 차차 해외활동을 줄일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언론사 CEO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정치, 사회,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인터넷 매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쇄매체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월간지도 만들고 싶고요.” 임형주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송년 음악회를 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