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48) 경인년 문화유산계 키워드

입력 2010-12-26 17:21


2010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 문화유산계를 결산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광화문 복원, 해외문화재 환수, 4대강 개발과 문화재 훼손 논란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광화문은 당초 11월 완공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술국치 100주년과 G20 서울정상회의를 겨냥해 완공 시점을 앞당겼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인 8월 15일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기존 한글 현판 대신 조선 고종 때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쓴 한문 현판을 달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균열(사진)이 생긴 사실이 드러나 부실 논란을 빚었습니다. 금강송이냐 아니냐, 목재를 제대로 건조시키지 않은 거 아니냐는 등의 논란을 낳은 현판 균열은 광화문 복원 사업 전반에 대한 시비로 번져 무리하게 공정을 앞당기는 바람에 생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지요.

올해는 해외문화재 환수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1991년 서울대가 공식 제기한 프랑스 소장 외규장각 약탈 고문서(의궤류 191종 297권) 반환 문제가 19년 만에 결실을 앞두게 됐고, 일제강점기 때 이토 히로부미 등에 의해 일본이 강제 반출한 궁내성 소장 한국 고서(150종 1205책) 등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 100여년 만에 돌아오게 됐거든요.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프랑스 군대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 있던 왕실도서관 부속시설인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것으로 영구 반환이 아니라 영구 임대라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궁내성 소장 한국고서 역시 우리가 주장한 반환이 아니라 일본에 의한 인도라는 방식이어서 개운치 않지만 해외문화재 환수의 이정표를 세운 성과로 평가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문화재는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사업대상지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225곳의 유물분포지가 확인됐고 이 중 실제 발굴조사가 필요한 곳으로 166건이 확정됐지요. 이 가운데 8월 말까지 102건이 조사 완료돼 4대강 사업구간 중 문화재 조사의 전체 진행률은 84%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구간에서의 문화재 발굴은 의외의 결실을 낳기도 했답니다. 경남 양산 물금의 낙동강변에서 발견된 제방시설은 12세기 초반 고려시대에 처음 쌓은 것으로, 각종 문헌기록에는 자주 등장하지만 실체는 이미 사라졌다고 간주된 ‘황산언(黃山堰)’임이 확실시됐지요. 강원도 화천 북한강변에서는 초기 백제시대 마을 유적과 청동기시대 대규모 취락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매사냥과 우리 가곡, 대목장이 11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경사가 있었지요. 고려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200년 앞선다는 사실을 입증한 손보기 전 연세대 교수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경인년을 보내면서 신묘년 새해에는 더욱 즐겁고 행복한 소식이 날아들기를 기대합니다.

이광형 문화과학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