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2010년 미술계
입력 2010-12-26 17:22
2010년 미술계는 비교적 조용하게 보낸 한 해였다. 경제 침체의 여파로 전시와 판매 등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였고 예년처럼 급부상한 스타 작가도 드물었다. 하지만 새로 생겨난 전시공간은 지난해 100곳에서 144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미술계를 관통한 크고 작은 일들을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비엔날레=9월부터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부산비엔날레와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한꺼번에 열려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다. 광주비엔날레는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를, 부산비엔날레는 ‘진화’를,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신뢰’를 각각 테마로 삼아 국제 행사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양도소득세=미술품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2008년 마련된 이 법안은 작고 작가의 6000만원 이상 작품을 거래할 때 매매차익의 20%를 과세하는 내용으로 2011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막판 국회에서 2년간 유예키로 결정해 한숨을 돌렸다.
◇미술시장=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가 이어졌다. 미술품 최대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상반기 낙찰률이 72%로 지난해(79%)보다 하락했다. K옥션도 메이저 경매의 경우 올해 낙찰액이 156억원으로 지난해(185억)보다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디자인 가구와 시계 등 경매 물품 다변화를 꾀했다.
◇이중섭 황소=38년 만에 공개된 이중섭의 유화 ‘황소’가 6월 29일 서울옥션 경매에 나와 기록 경신 여부를 두고 관심을 끌었다. ‘황소’는 35억6000만원에 낙찰돼 박수근의 ‘빨래터’가 세운 45억2000만원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으나 지금까지 거래된 이중섭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혁림 타계=경남 통영을 무대로 활동하던 전혁림 화백이 5월 25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8월에는 1970년대 초창기 화랑을 이끈 화랑주들이 잇따라 타계했다. 1세대 화랑인 진화랑의 유위진 회장이 8월 1일, 서울 강남지역의 첫 화랑인 예화랑의 이숙영 대표가 8월 3일 세상을 떠났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터에 들어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설계작 선정과 함께 건립 사업이 본격화됐다. 서울관은 내년 상반기 설계를 완료하고 공사에 착수해 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완공에 맞춘 무리한 일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전시공간=기업 운영 전시공간이 대거 생겨났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송암문화재단은 서울 수송동에 ‘OCI 미술관’을, 태광그룹은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에 ‘일주&선화 갤러리’를, 한진그룹은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 ‘일우 스페이스’를, 삼탄 송은문화재단은 청담동에 ‘송은아트스페이스’를 오픈했다.
◇삼성미술관 리움=2008년 ‘행복한 눈물’로 불거진 삼성 특검 여파로 홍라희 당시 관장의 사임과 함께 소장품 위주의 상설전만 열어왔던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2년 만에 전시를 재개해 관심을 끌었다. ‘미래의 기억들’이라는 주제로 8월 개막한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1명이 참여했다.
◇박수근 45주기전=올해 40주년을 맞은 갤러리 현대(대표 도형태)가 ‘국민화가’ 박수근 타계 45주기를 기념해 5월 ‘박수근’ 전을 마련했다. 박수근 대표작 50여점이 걸린 이 전시에는 관람 인파가 도로에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0일 가량의 전시에 4만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500년 만의 귀향=서울 소격동 갤러리 학고재는 3월 ‘500년 만의 귀향-일본에서 돌아온 조선 그림’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었다.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에 유출된 문화재급 회화 30여점으로 우찬규 학고재 대표와 이태호 명지대 교수가 10년 동안 일본을 오가며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