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오종석] 매년 달라지는 중국의 성탄절
입력 2010-12-26 18:47
중국 사회는 성탄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성탄절 관련 어떤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는다. 공휴일도 아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무덤덤한 40∼50대 이상의 경우와는 달리 10∼30대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연인끼리 선물을 교환하거나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엔 성탄절 관련 각종 이벤트로 넘친다. 일반 상점, 백화점, 호텔 등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클로스가 등장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를 중심으로 대도시 젊은 세대 약 70%가 크리스마스이브와 성탄절을 집 밖에서 보낸다고 한다. 이들 상당수는 호텔, 클럽 등의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참석한다.
이로 인해 대도시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 식당 등은 평소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뛰어도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서구문명을 쉽게 받아들이면서 뭔가 특별히 의미 있는 날을 찾는 젊은이들의 생각과 상술이 뒤섞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번 성탄절에도 중국의 많은 기독교 및 천주교 성도들은 지하에서 숨죽인 채 예배를 봐야 했다.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가오즈성(高智晟·44) 변호사 등 상당수 인사들은 지하교회 탄압 등을 비판하다 구속되거나 가택연금 상태다. 중국 당국은 공산당의 허가를 받은 ‘삼자애국운동위원회(中國基督敎三自愛國運動委員會·일명 삼자교회)’만을 기독교 조직으로 인정한다. 가톨릭도 관제 가톨릭 단체인 ‘중국천주교애국회(애국회)’만 인정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5일 성탄절 메시지에서 “중국 신도들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로마가톨릭 홍콩교구의 탕한(湯漢) 주교는 23일 성탄 메시지를 통해 중국의 종교 상황을 비판하면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 등 반체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중국 지하교회에서 활동하는 한 기독교인은 “성탄절을 맞는 중국 사회가 매년 급변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분위기로 볼 때 중국 정부도 점차 진정한 종교 자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