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신도시 사업지구 “교회는 어디로 가야하나”
입력 2010-12-26 17:45
2000년 대지 680여평에 교회를 건축한 김포 아름다운교회는 김포 한강신도시 개발로 보상금 23억원을 받고 2006년 신도시 예정지구 밖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의 기쁨과 기대도 잠시, 570여명이던 성도는 현재 140여명으로 줄었고, 새 종교 부지를 분양받으려면 67억원을 더 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했다.
20여년 동안 서울 우면동에서 목회를 한 백승교회 박세환(55) 목사. 박 목사는 우면2지구 개발이 시작된 후 지난 5년을 고통 속에 보냈다. 멀쩡하던 교회가 철거 대상에 포함되면서 헐리게 됐고 100여명의 교인도 뿔뿔이 흩어진 것. 주거권실현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박 목사는 요즘 보상평가, 분양권, 강제집행 등 3가지 문제로 서울시 및 SH공사와 소송 중이다.
재개발지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정부의 재개발 정책에 항의하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앞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개발지역목회연대(개목연·위원장 최병남 목사) 소속인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기총 로비에서 단식 투쟁에 들어가 26일 오후 현재 닷새째 금식 기도를 이어갔다. 이제까지 서울 한복판에서 데모하고 한겨울 차가운 아스팔트에 드러눕는 등 교회와 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들의 목소리가 관철되지 못하자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SH공사 등이 원주민과 벤처기업에 조성 원가의 80%로 택지를 분양하고 있지만, 원주민 교회와 유치원에는 100%로 분양하는 차별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대표기관인 한기총이 적극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강사근(55·김포 아름다운교회) 장로는 “재개발 때문에 성도들이 흩어진 상황에서 보상금의 3∼4배가량인 고(高) 분양가로 새 종교용지를 분양하는 것은 재개발 지역 교회들을 쫓아내려는 일종의 ‘종교탄압’이자 ‘종교말살 정책’”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몇몇 교회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재개발지역 교회들은 폐쇄 되거나 가정교회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개목연에 따르면 현재 전국 1270여개 재개발 및 신도시 사업 지구 내 교회는 1만3000여개(임대교회 1만1000여개, 자가교회 2000여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6만여 한국교회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되는 수치다. 김포 한강신도시 개발의 경우 수용된 교회들은 두 곳을 제외한 60여 교회가 모두 교인들이 흩어졌고 교회 재정이 크게 줄어 도저히 새 종교용지를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다.
한기총 관계자는 한기총 종교재산법연구위원장인 김진호(광석교회·세무사) 장로를 불러 이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재개발 지역 교회 목회자들은 다른 임차인들이 받는 영업 손실 보상금마저도 비영리시설이라는 이유로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며 최소한 이주비, 시설비라도 보상받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로는 “현재 공공시설로 등재돼 혜택 받지 못하는 교회를 위해 문화재보호법에 교회를 포함시키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려다 시간이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로는 “곧 재개발대책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식투쟁에 들어간 목회자와 성도는 목사 4명과 장로 2명 등 모두 6명이었으나, 단식 투쟁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은 단식을 계속할 경우 건강악화가 우려된다며 이들에게 투쟁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