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전염병 확산 우려… 백신으로 1차방어 꼭!

입력 2010-12-26 17:26


며칠 전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의 한 귀퉁이. 6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노인이 경련성 전신 마비로 집중치료를 받고 있었다. 벌써 입원 1주일째.

그는 보름 전 어린 손자가 갖고 놀던 장난감에 치여 발을 다쳤으나 상처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방심했다가 이 같은 시련을 겪게 됐다. 상처가 파상풍으로 발전하여 전신 경련과 함께 목과 턱 근육이 위축되면서, 차츰 입도 여닫지 못하는 마비 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준(準)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多劑)내성균에 의한 폐렴, 인플루엔자(독감), 신종 플루 등 노약자에게 치명적인 전염병들이 잇달아 출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집단 및 지역 방역 활동 뿐 아니라 예방백신 접종 등과 같은 개인 방어 노력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와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신형식 박사의 도움말로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예방백신에 대해 알아본다. 정 교수는 최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46차 대한노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백신의 중요성’이란 제목으로 강연하기도 했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요즘과 같은 혹한기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다. 면역력이 약한 만성 성인병 환자나 노약자의 경우 독감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접종 대상은 50세 이상이거나 만성 호흡기 또는 심장혈관 질환, 당뇨병, 만성 신장기능 장애, 간경변증을 앓는 환자, 면역 저하 환자(악성 종양 환자 포함)들이다. 또 이들 고위험군에게 독감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는 사람(의료인, 장기 요양원 근무자, 간병인 및 가족)도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단,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독감 백신 접종을 받지 말아야 한다. 달걀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숙주로 삼아 백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폐알균(폐렴구균) 백신=폐알균은 폐렴을 유발하는 병원균으로, 급성 중이염과 뇌수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노약자가 이 균에 감염되면 중증 폐렴 또는 패혈증으로 발전해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폐알균 예방접종은 중증 폐렴에 의한 사망률과 패혈증 등 합병증 이환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접종 대상은 65세 이상이거나 만성 심·폐·간·신장 질환자와 당뇨 및 면역저하 환자, 장기 요양원에 거주하는 경우 등으로 독감 백신 접종 대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해마다 새로 맞아야 하는 독감 백신과 달리 폐알균 백신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평생 한 번만 맞으면 된다.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DPT) 백신=파상풍균은 앞의 중환자 예에서 보듯 피부에 생긴 상처를 통해 쉽게 전파된다. 역시 백신에 의해서만 면역력을 얻을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맞히는 ‘디피티’가 바로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일해를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이다. 최초 접종 후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하는 게 원칙이다. 예컨대 어릴 때 기본 접종을 받은 15∼40세의 경우 추가 접종을 1회 받고 그 후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의할 것은 1958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은 기본 접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 디피티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 태어났기 때문에 대부분 한 번도 디피티 백신을 맞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상포진 백신=어릴 때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노화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대상포진은 우리 몸의 특정 부위에 띠를 두른 듯 발진과 수포가 생겨 마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

독감이나 폐렴, 파상풍 등과 같이 생명을 크게 위협하진 않지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문제가 된다. 발병 초기에 적절히 진압하지 못할 경우 몸이 약해질 때마다 재발, 난치성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일으킨다. 보통 60세 이후 노년기에 발생률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예방은 백신 접종으로 가능하다. 수두 백신보다 단위 용량이 10배나 많은 것으로,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국내에서도 조건부 시판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 60세 이상 어른의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 효과는 약 51%로 조사돼 있다.

이밖에 A형 간염 및 B형 간염 백신도 필요하다.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 피검사를 통해 학인해 보고, 만약 항체가 없을 경우 백신을 각각 접종받도록 하자. 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질환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