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어떤 부고
입력 2010-12-26 19:06
지난 13일 ‘물만두’라는 이름으로 서평을 쓰던 블로거가 죽었다. 리뷰 블로거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홈페이지에 그의 부고를 띄웠다. “당신은 우리나라 최고의 장르문학 리뷰어입니다. 2000년 3월 20일 첫 리뷰를 시작으로 총 1838편의 리뷰를 남기셨습니다. 물만두님께서 리뷰를 쓴 책인지, 별점은 몇 개 주었는지가 관심을 낳았던 리뷰어였습니다. 당신을 최고의 리뷰어로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그가 운영하던 블로그 ‘만두의 추리 책방’에도 부고가 떴다. “물만두의 동생 만순입니다. 2010년 12월 13일 아침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그동안 우리 언니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소를 알릴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 혹시나 언니가 마지막으로 뵙고 싶은 분이 있을까봐 올립니다. 서울성모병원 8호실.”
장례식장에는 출판사와 서점에서 보낸 화환이 늘어섰고,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문상했다. 그의 블로그에도 추모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아버님께서는 언니가 오래 아파서 배웅해 주는 친구도 하나 없을까봐 걱정하셨는데 빈소에서 언니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시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는 것을 알고 너무 고마워하시며 많이 우셨습니다.”
알라딘 측은 그의 블로그를 영구 보존하기로 했고, 그가 지난 10년간 써온 리뷰를 묶어 책으로 내겠다고 발표했다. 장르문학 편집자들도 모임을 갖고 추모행사를 논의하고 있다.
“저희 가족은 알라딘 서재가 언니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결코 문을 닫고 싶지 않고, 알라딘에 사정을 해서라도 단 몇 년이라도 계속 문을 열기를 희망했습니다. 상중 빈소에 조문 오신 알라딘 관계자께서 유족이 원하는 한 계속 서재를 열도록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언니의 서재는 계속 열어놓겠습니다.”
고인의 이름은 홍윤이다. 향년 42세. 그는 희귀병 환자였다. 근육이 약해지는 ‘봉입체근염’이라는 병을 앓으면서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글을 써왔다. 나중에는 손가락 힘이 빠져나가 자판을 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글을 썼다. 그에게 온라인 세상은 가상현실이 아니었다. 추리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고 네티즌과 대화하는 일은 그의 인생 전부였다.
“만두님 그립네요. 그래도 그곳에서 천사들과 즐겁게 지내세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울보랑 울보 딸이 보내는 성탄카드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연말 그의 블로그에는 카드와 연하장이 쌓이고 있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