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작은 연못의 교훈
입력 2010-12-26 19:37
마가복음 10장 45절
1970, 80년대 청년 노래문화의 한 축이었던 김민기씨가 부른 ‘작은 연못’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언 뜻 보기엔 평범한 노래 같지만 이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연못에 물고기 두 마리가 정답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두 물고기의 마음속엔 ‘나 혼자 이곳을 차지하면 왕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행동이 되고 다툼이 되어 둘 사이의 평화는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사건건 시비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다툼이 지속되면서 피차간에 미움이 증폭되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생사를 걸고 싸움을 벌였습니다. 물고 뜯고 치고 박기를 계속하다 결국은 물고기 한 마리가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싸움에서 이긴 물고기는 “내가 이겼다. 내가 왕이다”라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이긴 물고기도 결코 이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싸우는 동안 물리고 찢긴 까닭에 상처가 심각했던 것입니다.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죽은 물고기는 물 위에 둥둥 뜬 채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못의 물도 함께 썩어갔습니다. 이렇게 되자 살아남은 물고기도 상처에 균이 감염되면서 병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낙원이던 연못이 저주의 현장으로 변하고 만 것입니다. ‘너 죽고 나 살겠다’는 생각이 만든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마치 이 ‘작은 연못’과 같은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에 살면서 협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함께 살려고 하기보다 혼자 살려고 하다가 서로를 죽이고 마는 세상이 아닌지요? 자기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느낌은 왠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12월 복된 성탄의 계절을 맞이하면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정신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내가 살려고 하는 이 땅에 예수님은 왜 오셨을까요? 그 답은 자신을 죽이고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오셨다고 생각합니다(막 10:45).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기 사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 자신의 세속적인 유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살리고 잘되게 하기 위해 나 자신이 손해보고 희생하고 죽이는 삶’이 우리 교회와 사회에 필요합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헌신의 삶입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도(道)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작은 연못’의 비극을 교훈 삼아야 하겠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을 살리고 나도 사는 상생(相生)의 아름다운 연못, ‘생명의 연못’ 이야기가 퍼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땅에 세워진 주님이 몸 된 교회들이, 하나님의 택함 받은 거룩한 성도들이, 이 세상 속에서 성탄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닮아 사람을 살리는 아름다운 ‘생명의 연못’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아멘, 할렐루야!
김승민 목사(분당 남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