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 ‘한국 비난’ 여론몰이

입력 2010-12-24 23:06

중국 일부 언론이 자국 어선 랴오잉위(遼塋漁)호 침몰 사건을 놓고 여러 형태로 한국을 비난하는 기사를 보도, 파장이 일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사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4일 ‘중·한은 선박 충돌사건의 정치화를 거부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일부 언론이 이번 사건을 정치화하면서 양국이 모두 원치 않는 결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매스컴이 중국 선원들을 ‘해적’에까지 비유하며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한중어업협정 체결에 참여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한국이 협정에 따라 법 집행권을 갖고 있지만 이를 난폭하게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침몰 어선이 한국 함정이 추적하던 선박이 아니라면 한국 측은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등은 이날 중국 어선들이 서로 밧줄로 묶은 채 한국 해경함 2척과 대치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이 사진에서 중국 어선 11척은 한국 해경함 2척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속에는 한국 해경함에서 출동한 쾌속정이 중국 어선의 주변을 맴돌거나 해경함에서 중국 어선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언뜻 보면 중국 언론이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 실태를 인정한 게 아니냐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중국의 인식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언론들은 사진 촬영 장소가 ‘황해(서해)상 한국에 가까운 쪽’이라고 표현, 선박들이 한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따라서 사진을 활용해 중국 어민들이 한국 해경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게 중국 언론의 실제 속셈일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일반 독자의 시선에서 사진을 본다면 대형 경비함이 소형 어선들에 물대포를 쏘며 단속을 시도하는 모습은 ‘과도한 단속’으로 비쳐 중국 네티즌들의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