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를 보라!… 지지율 87%

입력 2010-12-24 22:34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65) 브라질 대통령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2002년 브라질 사상 최초로 노동자 계급 출신의 좌파 대통령이 된 그였지만 당선되기까지는 세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당선 후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가미한 정책으로 성과를 내 브라질 사상 두 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이제 정치 지도자들이 부러워할 80%의 엄청난 지지율을 누리는 시점에서 연말 퇴임하는 그가 23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특별방송 형식을 빌려 TV 고별방송을 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연설에서 그는 “빈곤층 출신이란 사실이 숱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 내 꿈과 희망은 서민의 영혼과 가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왔다”고 회고했다. 금속 공장 노동자였던 그는 초등학교를 중퇴한 뒤 12세부터 일을 해야 했었다.

집권 8년간의 성과도 강조했다. 브라질의 성장률이 이전 정부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고, 1500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2800만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그 결과) 국민들은 국가와 자신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건 우리 모두의 승리”라면서 국민에게도 공을 돌렸다. 이어 “대통령을 상징하는 휘장은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에서 첫 여성 대통령에게로 넘겨질 것”이라면서 자신의 측근으로 내년 1월 1일 취임하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자신의 차후 행보와 관련해선 “이제 정부를 떠나 ‘거리의 삶’을 살 것이다. 과거의 나처럼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면서 “내 미래를 묻지 마라. 이미 여러분은 나에게 아주 큰 선물을 줬지 않았느냐”면서 “대신 브라질의 미래를 보라. 나도 그 미래를 믿는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11분 남짓 분량에 불과했으나 지난 20일 대통령 관저에서의 사전 제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대통령이 과거를 회상하며 감회에 젖거나 눈물을 보이는 바람에 제작이 여러 차례 중단된 탓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